삼성전자는 4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템포드롬에서 연 ‘삼성 모바일 언팩’ 행사를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에서 대형 전광판을 통해 실시간으로 중계했다. 뉴욕 시민과 관광객들이 행사를 지켜보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는 4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템포드롬에서 연 ‘삼성 모바일 언팩’ 행사를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에서 대형 전광판을 통해 실시간으로 중계했다. 뉴욕 시민과 관광객들이 행사를 지켜보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소니의 스마트워치, 페블사의 페블 등 지금껏 나왔던 손목시계형 기기와 삼성전자 갤럭시기어의 가장 큰 차별점은 전화를 걸고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별도 통신칩이 내장돼 있지 않기 때문에 단독으로 통화할 순 없다. 갖고 다니는 스마트폰과 블루투스(근접무선통신의 일종)로 연결돼 스피커폰으로 통화할 수 있다.

통화할 땐 손목 안쪽을 귀에 대는 자세를 취하는 게 가장 편하다. 프라나브 미스트리 삼성전자 싱크탱크 팀장은 “전화가 오면 주머니에서 폰을 꺼낼 필요 없이 손목시계에 있는 마이크로 바로 통화할 수 있다”며 “안쪽 손목을 귀에 갖다 대는 것은 사용자들이 불편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제스처”라고 설명했다.

[베일벗은 삼성 '갤럭시기어'] '내 손목위의 스마트 세상'…전화하고 사진 찍고 메일 보고
카메라를 내장한 것도 갤럭시기어만의 특징이다. 셀프카메라를 찍을 때 쓰는 스마트폰 전면 카메라 수준인 190만화소다. 빠르게 지나가는 순간을 찍을 땐 스마트폰을 가방에서 꺼내 카메라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을 구동시켜 사진을 찍는 것보다 손목 위의 갤럭시기어 카메라 앱을 구동시켜 찍는 게 훨씬 빨랐다.

메일이나 문자가 오면 갤럭시기어 화면에 ‘알림’ 기능이 뜬다. 이걸 보고 스마트폰을 집어들기만 해도 바로 알림 화면에 뜬 해당 메일이나 문자 전문이 스마트폰에서 자동으로 보이는 ‘스마트 릴레이’ 기능도 유용하게 느껴졌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쓰고 있지만 사용자 인터페이스(UI)는 스마트폰에 비해 간결했다. 화면이 작은 것을 감안해 앱만 큼직하게 표시돼 있어 간단한 손가락 쓸어넘김과 터치만으로 기기 조작이 가능했다.

디자인에 대한 반응도 좋았다. 그동안 출시된 스마트워치가 대부분 볼품없이 두꺼운 고무줄에 디스플레이가 덧대어 있었다면 갤럭시기어는 메탈 소재를 사용해 고급스러움을 강조했다. 시계가 ‘패션 아이템’임을 감안해 검정, 흰색 외에도 오트밀 베이지, 와일드 오렌지, 모카 그레이 등 다양한 색상으로 제품을 내놨다.

다만 금속 소재를 이용해 손목에 착용하면 무게가 다소 부담스럽다. 무게는 73.8g으로 소니 스마트워치2(23.5g)의 세 배 수준이다. 배터리 수명이 짧은 것도 단점이다. 삼성전자가 제시한 수명은 완충 시 약 25시간으로 소니 스마트워치(1회 충전 시 4일 사용)의 4분의 1 수준이다.

1.6인치 디스플레이의 화질도 썩 좋지는 않았다. 스마트폰의 고화질에 익숙한 사용자들의 눈엔 그렇다. 최근 출시된 스마트폰 화면은 가로에 픽셀이 1080개, 세로에 1920개가 들어 있는 풀HD 화면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 제품은 가로, 세로에 각각 320개 픽셀이 들어 있는 디스플레이다. 찍은 사진이나 촬영한 영상은 연동된 스마트폰으로 감상하는 편이 나아 보였다.

스피커를 통해 음성을 인식하는 ‘S 보이스’ 기능을 적용해 전화 수신·발신과 알람 세팅, 날씨 확인 등을 음성으로 제어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길거리 등 시끄러운 곳에선 음성인식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도 있다. 기자가 사람이 붐비는 시끄러운 행사장에서 영어와 한국어로 말해 봤지만 인식하지 못해 작동되지 않는 경우가 있었다.

전화를 걸고 받는 것은 분명 갤럭시기어의 장점이지만 ‘단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어폰을 이용하지 않는 스피커폰이기 때문에 중요한 통화를 할 때 옆사람이 통화 내용을 엿들을 수도 있어서다. 가격은 299달러(약 32만원)다. 당장 호환되는 스마트폰은 갤럭시노트3 한 종류다. 갤럭시S3, 갤럭시S4, 갤럭시노트2, 갤럭시노트10.1은 오는 10월 중부터 연동될 예정이다.

베를린=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