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 포인트] 5세대 통신기술을 준비할 때다
한국 미국 일본이 주도적으로 전 세계 시장을 리드하고 있는 롱텀에볼루션(LTE) 시장은 지난 7월 기준 75개국의 LTE 사업자들 중 90%가 채택한 주파수분할 LTE(LTE-FDD) 방식과 중국 인도 사업자들이 채택하면서 점차 시장이 성장하고 있는 시분할 LTE(LTE-TDD) 방식이 주도하고 있다.

반면 한국의 토종 기술인 와이브로는 입지가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와이브로가 한국 이동통신 산업의 발전과 위상 강화에 크게 기여해 왔음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2006년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상용화된 와이브로 기술은 정부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삼성전자 등 민관이 합동으로 개발해 한국이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4세대 무선 광대역 인터넷 기술이다. 와이브로에는 직교 주파수 분할 다중화(OFDMA), 다중안테나 기술 등 당시 주목받고 있던 차세대 통신기술들이 세계 최초로 적용돼 4세대 이동통신 기술역량과 특허를 축적할 수 있었으며, LTE 핵심 기술로 채택돼 한국 기업들이 LTE 표준과 시장을 주도하게 된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하지만 이제는 LTE 시장이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현실을 냉정히 바라볼 때, 시장이 축소되고 있는 와이브로를 고집하기보다 와이브로 기술 개발로 쌓은 기술력을 LTE-TDD 시장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기회를 열어주는 것이 한국 기업들에 도움이 되는 정책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미 이동통신사업자들은 물론 학계 및 산업계 전문가들도 주파수 효율성, 글로벌 시장 규모, 수익 측면에서 2.3㎓ 주파수 대역을 와이브로에서 LTE-TDD 용도로 전환하는 방안에 긍정적인 견해를 나타내고 있다.

최근 한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가들을 중심으로 4세대 LTE 기술을 넘어 5세대 기술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

와이브로를 바탕으로 쌓은 기술 역량과 경험으로 LTE 표준과 시장을 한국이 주도했듯이, 5세대 기술 등 미래 이동통신 분야에서도 한국이 미래 기술을 확보하고 시장을 주도하기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

과거 와이브로 기술 개발 및 국제표준화를 위해 민관이 협동해 한국이 LTE 시장에서 주도권을 쥘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듯이, 정부 학계 산업계가 5세대 이동통신을 위한 발전적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한국이 다시 한 번 차세대 글로벌 이동통신 표준을 선도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강충구고려대 전기전자파공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