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지상 "정부·업계가 UHD 콘텐츠 컨소시엄 만들어 日역습 막아야"
“일본 업체들이 보급형 UHD TV를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고 중국은 값싼 제품으로 승부를 보려고 하고 있습니다. TV는 물론 UHD 콘텐츠를 함께 발전시켜야 일본과 중국의 공세를 막을 수 있을 겁니다.”

유지상 차세대 방송기술협의회 공동의장 겸 광운대 전자공학과 교수(사진)는 지난 22일 서울 광운대에서 기자와 만나 “방송산업에서 TV와 콘텐츠는 ‘닭과 달걀’의 관계”라며 “무엇이 먼저랄 것 없이 기기와 콘텐츠가 함께 발전해야 방송산업이 클 수 있는 만큼 UHD 콘텐츠 보급을 위한 정부의 지원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유 의장은 1993년 현대전자에 입사해 HDTV 시스템 개발에 참여한 이후 20여년간 차세대 방송 기술을 연구해온 첨단 영상산업 역사의 ‘산증인’이다. 그는 미래창조과학부 산하 실감미디어포럼 운영위원회 부위원장,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 산하 차세대방송표준포럼 실감방송 분과위원장 등을 맡고 있다.

유 의장은 “삼성전자와 LG전자가 UHD TV 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와 업체들로 구성된 UHD 콘텐츠 컨소시엄을 만들어 일본과 중국의 ‘역습’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가전사와 방송사업자 등이 모인 컨소시엄을 통해 UHD 콘텐츠를 차근차근 준비하는 동시에 그간 지상파를 통해서만 콘텐츠를 수급받아온 콘텐츠 유통 환경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예컨대 정부와 가전사들이 펀딩 방식으로 돈을 내고 추후 수익금을 회수하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직 국내 UHD 콘텐츠 제작 상황은 열악한 실정이다. 유 의장은 “지상파 HD 콘텐츠 보급률이 60%가 넘기까지 6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며 “앞으로 5년간 UHD 서비스는 다양한 ‘프리미엄 서비스’ 중 하나의 형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UHD TV 가격이 적정 수준으로 떨어지려면 3년 가까이 걸릴 것으로 본다”며 “주파수 이슈에서 자유로운 케이블과 위성 업계에서 프리미엄 서비스 형태로 UHD 서비스를 먼저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의장은 소니 파나소닉 등 일본 회사들이 장악하고 있는 방송장비 시장에도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그는 “당장 카메라 장비 등에서 일본 업체와 대적하긴 힘들겠지만 모니터, 인코더 장비 등은 국산화할 수 있다”며 “정부가 UHD 관련 장비를 생산하는 중소 업체를 키울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