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장비업체인 유진테크. 코스닥 상장기업으로 지난 5년간 매출 규모를 17배 이상 키웠다. 2008년 95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이 지난해 1636억원으로 늘었다. 2007년 삼성전자와 거래를 튼 뒤 납품 물량을 확 늘린 덕분이다. 작년 536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130명 직원이 한 명당 연간 4억원 이상을 번 셈이다. 영업이익률로 환산하면 삼성전자의 갑절 이상인 31.8%다.

삼성전자보다 돈 잘 버는 ‘청출어람’ 협력사는 이뿐만 아니다. 반도체 장비와 소재를 납품하는 솔브레인(17.2%)과 이오테크닉스(15.5%)도 삼성전자가 부럽지 않다. 다른 협력사인 SFA와 ENF테크놀로지 등도 지난해 10%가 넘는 영업이익률을 올렸다. 점유율 면에서도 대부분 세계 1위 아니면 국내 1위다.

자기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을 가져 삼성전자와 같은 대기업도 다른 대안을 찾기 힘들어졌다. 정부의 상생협력 압박이 아니더라도 ‘글로벌 삼성’이 강소 협력사 없이는 거의 불가능한 생태계가 만들어졌다.

유진테크 등 강소협력사 14곳…삼성과 손잡고 세계로 날았다
이들은 삼성전자가 지난달 선정한 14개 ‘글로벌 강소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2011년 8월 1차로 뽑힌 39곳 후보 중 세 차례 관문을 뚫고 뽑혔다. 삼성판(版) 14개 강소기업 중 비상장 3개를 제외한 11개사의 작년 평균 영업이익률은 12.3%로 5~6%인 국내 대기업 평균 영업이익률을 앞섰다.

11개사를 기업별로 봐도 원청업체나 마찬가지인 삼성전자 해당 사업부보다 수익성이 좋다. TV리모컨 등을 만드는 삼진의 이익률은 7%로 삼성전자 TV 사업부(6.3%)보다 높다. 1~2%대인 삼성전자 프린팅사업부의 납품업체인 QSI의 이익률은 10.3%다. 삼성 반도체사업부(12%)와 거래하는 9개 상장사의 이익률은 12.4%였다.

성장세도 가파르다. 11개사의 지난해 매출은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인 2009년에 비해 평균 80.6%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31.6% 급증했다. 삼성의 질주 덕도 있지만 축소 경영 징후는 찾아볼 수 없다. 왜 그럴까. 국내 중소기업과도 너무나 사정이 다른 삼성판 글로벌 강소기업의 고속 성장 비결을 파헤쳐봤다.

■ 삼성판 강소기업

삼성전자가 1000여개 협력업체 중 2011년 8월 39곳을 후보로 정한 뒤 기술력과 시장 지배력, 제조 역량 등을 3단계로 평가해 지난달 14개사를 선정했다. 2015년까지 국내시장 점유율 2위 이내, 세계시장 점유율 5위 이내의 강소기업 50개 육성이 목표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