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트워크 사용료에만 집착하면 미래는 없다. 가상재화 유통을 위한 글로벌 공동 마켓을 구축해야 한다.”

이석채 KT 회장(사진)은 26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기조연설에서 가상재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가상재화는 디지털 콘텐츠와 애플리케이션(앱), 정보기술(IT) 솔루션, e러닝, e헬스 등 광대역망을 통해 생산·유통·소비되는 비통신 서비스를 말한다. 국내 통신업체 최고경영자(CEO)가 MWC 기조연설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회장은 기조연설에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광대역망 시대로 전환하고 있는 한국의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광대역 시대에는 통신 비중과 가치가 작아지고 카카오톡이나 라인과 같이 기존 통신망을 활용해 수익 사업을 벌이는 사업자들이 번창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서비스들이 통신업계의 생존을 위협할 것이라고 봤다.

그는 통신사들이 기존 사업에 집착하지 말고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회장은 “통신사들이 스스로 가상재화 제작 및 유통 사업자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광대역망 위에 가상재화를 거래하는 장터를 만들어 사람들이 온갖 제품과 서비스를 사고팔도록 하면서 사용료를 받자는 얘기다.

그는 이어 “KT는 이미 가상재화 시장에 직접 진출했다”며 “통신업체에서 ICT(정보통신기술) 컨버전스업체로 탈바꿈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인터넷TV 서비스를 유선뿐만 아니라 무선으로도 제공해 콘텐츠 대량 소비시대를 앞당기고, 교육 격차를 줄이기 위해 스마트 기기를 활용한 e러닝 서비스를 내놓은 것 등을 예로 들었다.

이 회장은 또 “통신업체가 가상재화 업체로 전환하려면 지역별 시장을 넘어 세계 공동시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세계 가상재화 시장이 열리면 일자리 창출은 물론 교육격차 해소, 에너지 절감 등 문제 해결과 세계 경제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 회장은 연설 직후 한스 베스트베리 에릭슨 최고경영자(CEO) 등과 ‘통신의 미래’를 주제로 토론을 벌였다. 이에 앞서 이 회장은 25일 국내 기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도 가상재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바르셀로나=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