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30일. 스콧 포스톨 애플 부사장(44)이 퇴임했다. 업계는 충격에 빠졌다. 애플 차기 최고경영자(CEO) ‘0순위’로 거론됐던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애플의 ‘심장’인 아이폰 아이패드의 운영체제(OS)와 사용자환경(UI) 개발 총책임자로 세계 스마트폰 혁명을 이끈 주인공 가운데 한 명이다.

이유는 애플지도 오류였다. 공개 사과하라는 팀 쿡 CEO에 맞선 것이 해임 사유다. 그러나 일각에선 쿡이 스티브 잡스 사후 자신의 체제를 공고히 한 상징적인 사건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쿡이 강력한 경쟁자를 잘라내 또 다른 CEO로 거론됐던 조너선 아이브(46)에게 힘을 실어줬기 때문이다. 애플지도 오류는 빌미에 불과했단 얘기다. 아이브는 아이맥 아이폰 아이패드 등 애플의 대표 제품을 디자인한 천재적인 산업 디자이너로 꼽힌다.

반면 쿡의 카리스마가 부족해 인재를 잃은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잡스는 조직 내 막강한 1인자로 포스톨과 아이브 등을 이끌었다. 천재형 인재들을 모두 포용해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어낸 것이다. 그러나 쿡 체제하에서는 막강한 1인자가 없어 의견 충돌이 잦았다. 결국 쿡이 카리스마를 과시하기 위해 포스톨을 해고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는 쿡 체제하에서 혁신이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로 꼽히기도 한다. 시장조사기업 포리스터리서치의 조지 콜로니 CEO는 “새로운 카리스마를 가진 리더가 없다면 애플은 (혁신을 주도하는) 위대한 기업에서 단지 좋은 기업으로 변할 것”이라고 말했다. 잡스 사후 쿡의 독자 행보는 이를 뒷받침한다.

쿡은 잡스 사후 한 달 뒤 직원이 개인적으로 기부한 금액만큼 회사가 지원해주는 매칭펀드를 도입했다. 잡스가 ‘무의미한 짓’이라고 했던 기부를 시작한 것이다. 지난해 1월에는 창립 36년 만에 처음으로 협력사를 공개했다. 3월엔 17년 만에 처음으로 배당도 실시했다. 잡스의 ‘1인 독재’가 사라진 자리를 쿡이 ‘합리’와 ‘관리’로 메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쿡을 옹호하는 의견도 적지 않다. 워싱턴포스트는 “잡스와 다르지만 준비된 CEO”라고 평가했다. 블룸버그도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아직은 쿡의 리더십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전문가들은 “쿡이 자신의 체제를 공고히 하기 위해 자신만의 혁신적인 제품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