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개국서 소송…유럽·아시아 삼성 유리vs.미국선 애플 우세
'특허가 파괴적 무기로 전락' 비판도

삼성전자의 갤럭시가 애플의 아이폰을 베꼈을까? 아니면 애플이 삼성전자의 기술을 훔쳤을까?
스마트폰이 세계인에게 가장 소중한 필수품이 된 올 한해 전세계 IT 업계를 뜨겁게 달군 화젯거리는 바로 이 같은 질문에 대한 답변을 가리는 삼성전자와 애플의 글로벌 소송전이었다.

작년 시작된 양사의 특허 전쟁은 올해 세계 10여개 국에서 30여건의 소송이 진행되며 확전 양상을 띠었다.

법정 공방은 역전에 역전을 거듭했다.

애플은 미국에서 삼성전자가 천문학적인 배상금을 지불해야 한다는 배심원 평결을 얻어냈지만 삼성전자는 영국을 비롯해 독일, 네덜란드 등 유럽과 한국, 일본 등 아시아에서 승전고를 울렸다.

이번 세기 인류 최고의 발명품 중 하나인 스마트폰을 두고 양사를 비롯한 제조사들의 특허 전쟁이 계속되자 세계 IT 업계에서는 특허가 혁신이 아닌 파괴적인 무기로 전락하고 있다는 자조섞인 비판도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 유럽·아시아에서 '우세' = 삼성전자는 유럽에서 애플의 공격을 성공적으로 방어했다.

1월 네덜란드 항소법원과 독일 뒤셀도르프 항소법원은 애플이 제기한 갤럭시탭10.1 판매금지 가처분의 항고를 각각 기각했으며 다음달 독일의 뮌헨 법원과 뒤셀도르프 법원은 갤럭시탭10.1N에 대한 판매금지 가처분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6월에는 네덜란드 법원에서 애플이 자사의 특허권을 침해했다는 판결을 받아내기도 했다.

삼성전자가 애플에 대해 본안 소송에서 거둔 첫 승리였다.

삼성전자는 9~10월 독일 만하임 법원, 네덜란드 헤이그 법원, 영국 런던법원에 서 각각 승소했으며 이 중 런던 법원은 애플에 삼성의 자사 특허 비침해 사실을 공지하라는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한국 법원은 삼성전자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중앙지법은 8월 애플이 삼성의 통신기술 특허 2건을 침해했다며 아이폰4에 대한 판매금지 명령을 내렸으며 도쿄지법은 양사가 서로에 대해 제기한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각각 기각했다.

◇미국선 애플 '창'과 삼성 '방패' 일진일퇴 = 미국에서는 애플에 유리한 판결이 잇따르는 가운데 삼성이 이를 힘겹게 방어해내고 있는 형국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연방지방법원(새너제이 지원)의 배심원단은 8월 삼성전자에 천문학적인 금액인 10억5천만 달러(약 1조1천400억원)의 배상금을 지급하라고 결정해 삼성전자에 일방적으로 불리한 평결을 내놨다.

여기에다 10월에는 미국내 수입 금지를 결정할 수 있는 미국 무역위원회(ITC)로부터 삼성전자가 애플의 스마트폰 및 태블릿 PC 관련 특허 4건을 침해했다는 예비 판정이 나오기도 했다.

ITC는 반면 삼성전자가 애플의 제품에 대해 제기한 특허 침해 제소에 대해서는 침해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최근에는 캘리포니아 연방법원으로부터 애플이 제기한 영구 판매금지 신청에 대한 기각 결정을 받아내며 반전을 이뤄내는 데 성공했다.

이어 미국 특허청이 애플의 핵심 2건에 대해 무효라는 예비 판정을 내려 상황은 다시 삼성전자에 유리해지고 있다.

◇브레이크 없는 특허 전쟁…극적 화해할까 = 양측의 전쟁은 올해 연말 혹은 내년 초로 예정된 미국 법원의 배상액 산정과 내년 초 나올 전망인 ITC의 판정 결과에 따라 다시 전환기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캘리포니아 연방지방법원은 조만간 삼성전자가 애플에 지불해야 할 배상금을 산정할 계획인데, 삼성전자는 당시 배상금 10억5천만 달러의 대부분인 9억 달러가 잘못 산정된 것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양측의 쌍방 제소에서 모두 애플에 유리한 예비 판정을 내 놓은 ITC는 상반기 중 최종 판정을 할 전망이다.

삼성이 애플 특허를 침해했다는 예비 판정에 대한 최종 판결은 내년 2월 나올 것으로 보이며 애플이 삼성의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는 예비판정에 대한 재심 결과는 한 달 이른 1월에 내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일진일퇴를 반복하고 있는 양측의 법정 공방은 극적인 화해가 없다면 장기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소송의 대상 제품에 최신 제품이 빠져있어 만약 한쪽이 소송에 지더라도 결정적인 타격은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양사가 특허를 상대방의 혁신을 가로막는 무기로 사용하고 있다는 소비자들의 비판적인 정서는 소송전의 장기화에 부담일 수밖에 없다.

이런 까닭에 양측이 화해를 통해 긴 소송전을 끝낼 수도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삼성전자는 최근 캘리포니아 연방지방법원의 심리에서 "우리는 기꺼이 합의할 의사가 있다"며 유럽지역 5개국에서 애플 제품에 대한 판매금지 신청을 철회할 뜻을 밝히는 등 잇따라 유화적인 제스처를 보인 바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병규 기자 bk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