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영화 ‘아바타’에서 다리가 불편한 주인공은 첨단 기술 덕분에 외계 종족인 나비족의 새로운 몸을 얻고 정글을 누빈다. 아바타와 관련된 가상현실을 영화 속에서 현실화한 것이다. 이 영화는 스크린에서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것 같은 영화 속 등장인물을 3D 입체기술로 완벽히 재현해 내며 세계 흥행역사를 뒤바꿨다.

#2.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톰 크루즈는 허공에 입체적으로 나타나는 스크린 상에서 손을 현란하게 움직여 범인의 정보를 탐색한다. 최첨단 치안시스템을 이용해 범죄를 사전에 예측하고 차단하는 완벽한 치안사회를 미리 그려냈다. 집에 도착해서는 가족과 찍은 동영상을 공중에다 레이저를 쏘아 홀로그램으로 펼쳐 놓는다.

공상과학(SF) 영화는 과학기술 발전에 따라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미래 인류 운명을 주로 다룬다. 현재가 아닌 미래를 소재로 한다는 점에서 호기심을 자극한다. SF 영화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이 같은 입체 영상기술은 ‘홀로그래피(holography)’다. 레이저 광선을 이용해 3차원 입체 영상을 만드는 기술이다.

한 편의 SF 영화가 상영되는 동안 곳곳에 숨겨진 첨단 기술은 관객에게 대리 만족을 선사한다. 영화에서 비치는 미래 세계뿐만 아니라 영화 제작에 사용한 화려한 그래픽과 첨단 디지털, 3차원(D) 기술이 관객을 무한한 상상의 세계로 인도한다.

마냥 꿈으로만 여겨지던 영화 속 미래가 이제 우리 코앞에 있다. 과연 3차원 입체 영상 기술은 어떠한 원리로 가능한 것일까. 현실에서는 어느 정도까지 가능할까.

홀로그래피란 단어는 ‘홀로’(holo·전체)와 ‘그래피’(graphy·기록)라는 그리스 말의 합성어로 그 뜻은 ‘전체를 기록하는 것’, 즉 피사체에 대한 모든 정보를 기록하는 것을 말하며 이같이 기록된 매체를 홀로그램(hologram)이라 한다.

홀로그래피는 빛의 세기와 파동으로 빛이 갖는 위상(phase)을 정확히 기록해 원래의 3차원 상을 그대로 재현한다. 물체가 반사한 빛이 간섭을 통해 나타내는 파장과 진폭 등에 대한 정보를 인식해 3차원 입체 영상으로 구현하는 것이 홀로그래피 기술이다. 1947년 헝가리 출신의 물리학자 데니스 가보르가 개발해 노벨 물리학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홀로그래피의 촬영과 재생은 이미 박물관, 미술 전시장, 쇼윈도 등에서 어느 정도 실용화되고 있다. 영화 속의 이야기가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기업의 영상회의, 사랑하는 가족과의 재회 등 커뮤니케이션에도 홀로그래피가 새로운 혁명을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전시, 패션쇼, 신체, 생물, 기상, 천문정보 등 다양한 분야에도 획기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특히 홀로그래피 기술은 기존 산업의 근간이 되는 ‘6T’, 즉 정보통신기술(IT), 생명공학기술(BT), 나노기술(NT), 환경공학기술(ET), 우주항공기술(ST), 문화콘텐츠기술(CT)과의 융복합화를 통해 신시장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홀로그래피는 미래 유망기술이자 코앞에 닥친 차세대 패러다임이다. IBM이 선정한 2015년 유망기술 중 하나가 홀로그래피이기도 하다.

지식경제부와 문화체육관광부 등 정부 부처도 최근 들어 디지털 홀로그래피에 관심을 갖고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디지털 홀로그래피 처리기술은 지난해 1월 지경부, 문화부, 방송통신위원회가 공동 수립한 ‘3D산업 통합기술 로드맵’에서 톱 브랜드 및 핵심기술로 선정된 바 있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도 향후 10년간 경제적 파급효과가 큰 ‘10대 미래 유망기술’로 홀로그래피를 선정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가까운 미래에 홀로그래피 원리를 활용한 다양한 3차원 입체 영상 기술이 개발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홀로그래피 기술을 보안, 광학부품, 디스플레이 등에 적용한 제품을 개발해 이를 통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보고, 느끼고, 듣고, 만지고, 냄새도 맡을 수 있는 오감만족 입체영상 디스플레이를 만날 수 있는 날도 머지않아 보인다.

이계주 기자 lee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