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을 운영하는 카카오가 요즘 ‘역발상 성공스토리’로 재계에 화제가 되고 있다. 조직원의 창조적 상상력과 다른 사업과의 시너지 효과 창출을 중시하는 최근 기업 경영 흐름과 달리 카카오는 △상상하지 마라 △시너지 효과는 마이너스다 △조직은 수시로 바꿔라 등 독특한 원칙으로 기업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석우 카카오 공동대표는 “역발상 성공스토리를 강연해 달라는 요청이 국내 대기업에서도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① 상상하지 마라

카카오가 직원들에게 강조하는 제1 원칙은 ‘상상해서 서비스를 만들지 말아라’다. 직원들이 머릿속에서 ‘좋은 서비스인 것 같다’고 생각해 내놓은 상품은 거의 대부분 소비자의 외면을 받는다는 것이다. 서비스 제공자가 아니라 ‘사용자’의 의견과 욕구에 철저하라는 주문이다.

카카오는 이 원칙을 구현하기 위해 ‘사용자 100가지 기능 개선 프로젝트’를 계속 진행해왔다. 이 대표는 “카카오톡과 관련해 그동안 6만건의 사용자 제안을 받았다”며 “사용자들의 투표를 통해 카카오톡을 순차적으로 개선해왔다”고 말했다. 카카오 화면에 뜨는 글자 크기를 키우고, 사진 중심의 카카오스토리를 별도로 만들고, 음성통화 보이스톡 서비스를 시작한 것 등이 모두 ‘이용자 건의’에서 시작됐다는 것이다.

② 시너지 효과는 마이너스다

이용자가 많은 정보기술(IT) 서비스에 다른 사업을 접목하면 시너지 효과가 난다는 것이 통념이다. 예컨대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핵심인 검색 기능에 쇼핑, 이메일, 커뮤니티, 광고사업, 게임 등 여러 서비스를 더하면 ‘1+1=3’의 효과를 낸다는 것이다.

하지만 모바일 플랫폼은 다르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이동하는 도중에 주로 사용하는 스마트폰에 정보를 많이 넣으려 했다가는 당장 소비자의 외면을 받는다는 것이다. 인터넷 포털사이트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앱에 접속하는 스마트폰 사용자들의 성향을 생각하면 시너지 효과는 ‘마이너스’일 때가 더 많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카카오톡 이후에 나온 여러 모바일 메신저들이 실패한 것은 메신저 기능에 충실하지 않고 검색이나 광고 등 다른 서비스를 끼워넣는 방식으로 시너지 효과를 욕심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사진 공유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기능이 강한 ‘카카오스토리’를 카카오톡에 넣지 않고 별도로 만든 것도 카카오톡의 간결함을 유지하기 위해서였다”고 강조했다.

③ 조직은 수시로 바꾼다

이 대표는 “지난 3년간 카카오는 조직 개편을 40번 실시했다”고 말했다. 한 달에 한 번 조직을 바꾼 셈이다.

조직을 수시로 바꾼 것은 카카오가 고객의 요구에 대응하는 체제로 조직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용자들이 제안한 것 가운데 채택된 것을 곧바로 도입하려다 보니 조직을 끊임없이 바꾸게 됐다는 것이다.

조직 수시 개편에 따른 부작용에 대해서는 “직책이나 직급 대신 영어 이름으로 서로를 부르는 방식으로 해결하고 있다”고 이 대표는 설명했다. 과장이나 부장, 팀장 등 직책으로 부르면 직원들이 자신의 직책을 유지하기 위해 조직을 보호하려는 습성이 생긴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공동대표인 나 역시 아무런 직책 없이 비노(Vino)라 불린다”며 “김범수 의장(브라이언)이나 이제범 공동대표(제이비)도 다 영어 이름으로 호칭한다”고 덧붙였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 카카오톡

카카오의 전신인 아이위랩이 2010년 3월 출시한 모바일 메신저. 휴대폰 이용자 주소록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가입자 수는 216개국 5950만명이고 하루 2400만명 이상이 쓰고 있다. 하루 메시지 전송량은 평균 33억건이다. 평균 친구 수는 74명(국내 이용자는 120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