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말 한 기자가 빌 게이츠에게 경쟁업체 중 누가 가장 두렵느냐고 물었다. “나에게 두려운 상대가 있다면 지금 어느 창고에 처박혀 전혀 새로운 무언가를 개발하는 데 골몰하고 있을 누군가입니다.”

그에게 예지력이 있었던 것일까. 한 창고에서 세 명의 학생이 모여 뚝딱뚝딱 무언가를 만들고 있었다. 검색엔진이었다. 검색 자체가 수익을 가져온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없던 시기였다. 최적의 결과를 최대한 빨리 화면에 띄우기 위한 그들의 노력은 애드워즈란 사업모델을 기반으로 수익을 창출했다. 구글이란 검색엔진이 만들어지는 순간이었다. 이들은 2000년 말 700만달러를 벌었다. 하지만 구글은 조용히 잠수를 탔다. 넷스케이프를 잡기 위해 반독점 소송까지 불사하던 마이크로소프트의 눈에 띄지 않기 위해서다.

《디지털 워》는 1998년부터 지난해까지 정보기술(IT)업계를 쥐락펴락했던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구글의 경쟁사를 기록한 책이다. 이 책에는 이들 3개 회사가 검색 음원 스마트폰 태블릿PC 등의 분야에서 벌인 총성 없는 전쟁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하지만 비단 IT업계 이야기에만 국한된 건 아니다.

이들 3개 회사의 경쟁을 통해 지금 우리는 스마트기기를 통해 언제 어디서나 궁금한 것을 검색할 수 있게 됐고, 자투리 시간에도 스마트폰과 태블릿PC로 다양한 취미생활을 즐길 수 있게 됐으니 말이다.

1998년만 해도 마이크로소프트는 IT업계 제왕으로 군림하며 독주하고 있었다. 지금은 전 세계적 기업이 된 애플도 당시엔 마이크로소프트를 따라잡기에 역부족이었다. 애플 경영진은 마이크로소프트처럼 맥OS의 라이선스를 다른 컴퓨터 제조업체들에 판매했는데 복제품들은 정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퍼져나갔고, 결국 애플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손실만 보기 일쑤였다.

애플의 반격이 시작됐다. 2004년 애플은 휴대폰이 아이팟 시장을 가져가리라 예측하고 휴대폰 사업에 뛰어들었다. 당시 스마트폰 시장은 노키아의 심비안, RIM의 블랙베리를 비롯해 팜과 제휴한 마이크로소프트가 선점하고 있던 상황. 애플은 정전식 터치스크린, 매뉴얼이 필요없는 사용법, 놀라운 배터리 성능, 매력적인 디자인 등으로 혁신을 만들어냈다.

지난해 8월 애플의 시가총액은 3415억달러까지 상승했고, 다른 어떤 회사보다 높은 가치를 가진 회사가 됐다. 반면 마이크로소프트는 2143억달러, 구글은 1851억달러였다.

저자는 “우리의 일상을 바꾸며 혁신을 이끌어낸 ‘디지털 워’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사용자 경험을 충분히 만족시킬 또 다른 서비스가 무엇인지, 그 서비스에 필요한 기술이 무엇인지 구체적이진 않지만 새로운 전쟁터에서 다음 전쟁을 기다리고 있는 기업이 지금 이 순간에도 존재하는 것만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