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삼성 vs 애플·MS '26억弗 특허' 쟁탈전
글로벌 정보기술(IT) 업계의 두 거인 애플과 구글이 다시 맞붙었다. 지난 1월 파산을 신청한 미국 코닥이 매물로 내놓은 1100개 특허를 인수하기 위한 쟁탈전이다. 최대 26억달러(약 2조9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이 특허들을 인수하기 위해 애플은 마이크로소프트 등과, 구글은 삼성전자 등과 대형 컨소시엄을 꾸려 맞대결에 나섰다.

◆구글 진영 vs 반(反) 구글 진영

29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코닥은 30일(현지시간) 자사 특허 1100개를 매각하는 입찰을 시작한다. 입찰에는 20여개 업체들이 참여하지만 애플·마이크로소프트로 구성된 연합군과 구글·삼성전자·LG전자·HTC로 형성된 컨소시엄이 최종 경쟁할 것으로 예상됐다. 입찰 결과는 다음달 13일 나온다.

이번 대결은 구글의 모바일 기기 운영 소프트웨어(OS)인 안드로이드를 채택하고 있는 삼성전자, LG전자, 대만 HTC의 ‘구글 진영’과 애플을 중심으로 한 ‘반(反) 구글 진영’ 간 인수전인 셈이다. 지난 7월 통신업체 노텔네트웍스가 매물로 내놓은 특허 6000개를 놓고서도 애플은 마이크로소프트와 팀을 이뤄 구글 진영과 대결한 끝에 이 특허들을 인수했다.

코닥이 내놓은 1100개 특허들은 △스마트폰, 태블릿PC에 달린 카메라에서 사진을 캡처하고 이미지를 처리하는 기술 △이미지를 저장하고 분석하는 기술 두 가지 분야로 나눠 매각된다. 코닥 측은 특허 가치가 최대 26억달러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코닥의 주장과 달리 전문가들은 코닥 특허들의 가치가 부풀려져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22일 미국의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코닥의 핵심특허 중 하나인 ‘디지털 카메라에서 이미지를 미리 볼 수 있는 기술’의 특허기한이 만료됐다고 판결했기 때문이다. 코닥의 다른 특허들에도 비슷한 판결이 내려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가치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IT업계의 시각은 다르다. 글로벌 IT기업들의 특허전쟁이 과열되고 있어 코닥의 추정치보다 높은 가격에 낙찰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노텔네트웍스의 특허 6000개도 입찰가가 9억달러로 시작했지만 결국 이보다 5배 뛴 45억달러에 애플 진영으로 낙찰됐다.

◆과열로 치닫는 특허 매입 전쟁

과열양상인 특허 매입전의 배경은 두 가지로 분석된다. 무엇보다 ‘좋은’ 특허 매물이 ‘많이’ 나오고 있다. 통신, 인터넷업계에서 원천기술은 많이 갖고 있지만 최신 시장 트렌드를 따라잡지 못해 추락한 회사들이 현금 마련을 위해 핵심특허를 팔아치우고 있는 것이다. IBM, AOL, 모토로라 등이 대표적 사례다. 상대적으로 업계 후발주자인 구글이나 애플에 이런 특허는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웃돈까지 주면서 ‘특허 싹쓸이’에 나서고 있는 것은 경쟁사를 견제하기 위한 고도의 전략이다. 모바일 기기 관련 기술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면서 기업들은 완전히 혁신적인 제품으로 시장 주도권을 잡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때문에 특허소송을 통해 경쟁기업의 발목이라도 잡아야 할 판국이다. 특허를 많이 보유할수록 소송전에서는 공격과 방어가 훨씬 유리하다.

삼성과 애플이 벌이고 있는 특허전쟁은 그래서 주목된다. 30일(현지시간) 양사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북부 연방지방법원에서 특허소송전의 ‘결승전’이라고 할 수 있는 본안 소송심리를 시작한다. 이번 재판에서 지는 쪽은 20억달러가 넘는 손실을 입고, 다른 10여개 국가에서 진행 중인 관련 소송에서도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