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실명제 폐지 대신 개선
징벌적 손해배상도 검토 수준
대선 앞둔 '생색내기' 지적도
행정안전부 지식경제부 방송통신위원회 등이 참여한 국가정보화전략위원회가 지난 22일 대통령에게 보고한 ‘정보통신기술(ICT)규제 최소 국가’ 보고서가 나온 배경이 무엇인지, 정책을 시행할 의지는 있는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이명박 정부 임기를 8개월가량 남겨놓은 시점에서 중장기적으로 추진해야 하거나 법을 고쳐야 하는 사안들이 대거 포함됐기 때문이다.

위원회가 작성한 ‘ICT 생태계 변화에 따른 정책 패러다임 전환’ 보고서는 제한적 본인확인제(인터넷실명제), 게임산업에 대한 중복 규제(셧다운제·쿨링오프제) 등이 ‘국내 기업을 역차별한다’고 지적했다. 관련 업계가 줄기차게 주장해왔으나 정부가 외면했던 내용이 그대로 담겨 있다는 점에서 ‘진취적’이라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위원회는 또 ICT 생태계를 활성화하고 글로벌 생태계와 보조를 맞추려면 정책 기조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보고했다. 이를 위해 필요한 6개 법제 개선 과제가 보고서에 첨부됐다.

맨 앞에 내세운 ‘인터넷실명제 개선’은 방통위가 작년 말 업무보고에서 밝혔던 사안이어서 새로울 게 없다. 두 번째인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은 그야말로 검토 과제다. 이 제도는 가해자의 행위가 악의적이고 반사회적이면 실제 손해액보다 훨씬 더 많은 손해배상을 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 개인정보 침해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꼭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헌법에 위배된다는 지적도 있어 여론 수렴과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야 한다.

위원회는 또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 개정을 통해 ‘전문 소프트웨어산업’과 ‘정보기술(IT)서비스’를 나눠 활성화하겠다고 밝혔다. 두 산업을 같은 법으로 규제하고 있는 것은 문제라는 인식에서 비롯됐다. 소프트웨어 업계가 오래전부터 주장해온 내용이다. 그러나 소관 부처인 지경부는 구체적인 제도 개선 일정을 밝히지 않고 있다.

행안부는 개인정보보호법을 고쳐 개인정보 범위를 명확히 하고 개인정보 활용 비즈니스가 위축되지 않게 하겠다고 보고했다. 하지만 이 과제도 ‘중장기 검토’라고 적혀 있다. 보고서에는 이 밖에 위치정보 보호 범위를 좁혀 위치정보산업(LBS)을 활성화하고 클라우드 서비스 관련 법제를 정비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하지만 올해 말 대통령 선거를 앞둔 정치권이 이 같은 내용의 법 개정을 제때 적극 추진할지는 미지수다. 이 같은 이유로 일각에서는 ‘그동안 손 놓고 있던 정부가 생색내기 차원에서 발표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김광현 전문기자 kh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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