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P)할 것은 피하고 알(R)릴 것은 알려라." PR(public relations) 업계의 유명한 얘기다. 카카오톡이 선도하고 있는 모바일 메신저 업계에선 이런 우스개가 상당 부분 적용되고 있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가 밝힌 카카오톡의 국내외 가입자 수는 지난 3월 기준 4200만 명. 5000만 명에 육박했다는 보도도 나온다. 문제는 카카오톡 가입자 수가 스마트폰 사용자 수를 훌쩍 넘고 있어 관련 업계에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는 것.

국내 스마트폰 가입자는 2500만 명으로 추산된다. 태블릿PC 등 모바일 운영체제(OS)를 탑재한 다른 디지털 기기 사용자를 500만 명으로 계산해도 1000만 명이 넘는 숫자가 남는다.

카카오가 말하는 가입자는 카카오톡 애플리케이션(앱)을 내려받은 뒤 가입인증 절차를 거쳐 한 번이라도 사용한 사람을 말한다. 한 번만 사용하고 서비스를 떠난 '유령 회원'도 가입자에 포함된다.

카카오톡을 태블릿PC나 다른 스마트폰에 설치하고 새롭게 가입하면 기존에 사용하던 계정을 더이상 사용할 수 없다. 하나의 계정에서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톡의 배경 화면과 아이콘을 다양하게 꾸밀 수 있는 '테마'를 이용할 경우 카카오톡 버전이 업데이트될 때마다 앱을 다시 설치해야 한다. 3월 기준 카카오톡 다운로드 수 8400만 건엔 이런 수치가 포함됐다.

매일 접속자가 2000만 명이라는 카카오 측 발표 수치가 실질 가입자에 가장 가깝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모바일 메신저 대부분은 스마트폰을 켜기만 해도 실행된다.

카카오는 해외 가입자 비율이 20% 안팎이라고 밝혔다. 4200만 명 가운데 840만 명이 해외에서 인증절차를 거친 가입자라는 얘기다.

그러나 실제 외국인 사용자 비율은 공개되지 않았다.

지난해 4월 가입자 1000만 명 돌파 당시 이제범 카카오 대표도 "해외 가입자들이 외국인인지 교포인지 모른다"고 말했다.

카카오톡은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겨냥한 '글로벌 모바일 플랫폼'을 지향하며 1년을 달려왔다. 그동안 국내 1위 자리는 더욱 견고해졌으나 글로벌 시장 성적은 여전히 1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이란 지적이 나온다.

카카오는 작년 7월 일본 법인을 세웠으나 비슷한 시기에 현지에서 출발한 NHN의 모바일 메신저 '라인'에 밀리고 있다.

라인은 전 세계 가입자수 3000만 명을 돌파하며 카카오톡을 추격 중이다. 가입자 수의 절반에 가까운 1300만 명이 일본 이용자다. NHN은 이를 대대적으로 알리고, 카카오톡은 일본 가입자 수치 공개를 꺼린다.

NHN은 아시아 지역 사용자 비중이 전체 가입자의 30%에 달하고 유럽지역 일부 국가 앱스토어에서도 1위를 기록했다고 공개했다. 이를 바탕으로 '라인은 글로벌 메신저'라고 내세운다.

NHN은 그러나 실제 사용률을 한 번도 밝히지 않았다. 국내 사용자 수도 따로 공개하지 않는다.

반면 카카오톡은 하루 13억 건의 메시지가 오가며 가입자 한 사람이 하루에 보내는 메시지는 83건이라고 밝히고 있다.

모바일 메신저 업계 관계자는 "일종의 '기 싸움'이 전개되는 가운데 커뮤니케이션 서비스의 관건인 '트래픽'에서 승부가 좌우되지 않겠냐" 며 "이들이 국내용으로 그칠지 글로벌 서비스로 도약할지에 대한 업계의 기대와 의문이 교차한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김동훈 기자 d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