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무역 2조弗 시대 키워드 '빅 데이터'
우리 사회에 스마트 통신기기가 널리 보급되고, 기기 간의 통신이 크게 늘면서 대량의 디지털 데이터가 양산되고 있다. 국내 스마트폰 가입자는 전 인구의 절반에 해당하는 2500만여명이 이용하고 있으며, 젊은층뿐만 아니라 청소년 및 노년층까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스마트폰을 비롯해 스마트 통신기기의 활성화는 가히 트래픽 빅뱅이라 불릴 만큼 모바일 트래픽의 폭증을 가져온다. 또 전 세계 디지털 정보량은 2년마다 2배씩 증가할 것으로 시장분석 기관인 IDC는 전망하고 있다. 이렇게 엄청난 속도와 양으로 생성되는 정보를 빅 데이터(big data)라 하는데, 이는 기존의 정보처리 기술로 관리, 분석하기에는 너무 크고 복잡하다.

이런 데이터는 보관만 할 경우 그 가치가 사장된다. 비용이 들더라도 이를 축적, 관리 및 지식화함으로써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낼 필요가 있다. ‘의미를 발견하는 데이터 처리기술’ 중 하나가 ‘기계학습(machine learning)’이다. 과거에는 대량의 데이터를 대상으로 기계학습을 적용하는 것이 매우 많은 시간과 비용을 필요로 했다. 그러나 최근 ‘대규모 병렬처리’ 기술이 개발돼 대량의 데이터를 활용한 기계학습을 손쉽게 적용할 수 있게 됐다. 마치 경제성이 없어 채굴을 포기했던 땅속 깊은 곳의 유전자원이 새로운 채굴기술의 개발로 경제성을 갖게 되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앞으로 빅 데이터의 지식화가 경제에 주는 임팩트는 상상 이상일 것이다. 그것은 경제학의 완전경쟁 네 가지 조건 중 하나 즉, ‘모든 경제주체가 완전한 정보를 보유한다’는 가정을 현실화하고, 한 나라의 자원배분을 효율적으로 도모하기 때문이다. 그 한 예로서, 기업이 소비자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면 시장에서 실패하는 기술혁신이나 상품개발은 현저히 줄어들고 자원낭비는 감소할 것이다.

기술혁신의 실패는 때때로 고객의 니즈(needs)를 잘못 파악하는 데서 기인한다. 기업들은 지금까지 니즈를 올바로 파악하기 위해 고객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지만, 그 방식은 극히 일부 고객에게 제한된 사항만을 묻는 것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빅 데이터를 활용함으로써 ‘일부(sample)’가 아닌 ‘모든(all)’ 고객의 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 있고, 일부러 설문조사를 하지 않더라도 그들의 사회경제적 행위로부터 ‘저절로’ 축적된 인터넷상의 데이터를 분석함으로써 다양한 고객의 니즈를 파악할 수 있다. 이는 곧 빅 데이터가 ‘무역 2조달러를 지향하는 대한민국’의 성공적 기술혁신을 담보하는 자원이자 무기가 된다는 중대한 의미가 있다. 그러나 지금은 역동적 소비주체 중 하나인 대한민국 사람들의 소비행위(지불가격, 상품선호도, 구입시기 등)와 대화 정보가 미국 유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인터넷 쇼핑몰에 쌓여가고 있으며 이는 정보 소유국의 중요한 국부 창출 수단으로 활용될 것이다. 따라서 미래 무역전쟁에서 이런 빅 데이터의 실시간 처리 및 분석·예측에 의한 ‘소비자 니즈 맞춤형 기술혁신과 제품생산 능력’이 중요한 무기가 될 것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이 같은 측면에서 애플, 구글 등은 이미 궤도상 성공적으로 이륙한 비행기이며, 적은 연료를 소모하며 순항하는 것만 남아 있다.

과거 철기와 청동기 시대를 가르듯, 앞으로 10년간 빅 데이터의 지식화 기술은 일국의 기술혁신 효율성과 생산력 결정에 중대한 역할을 할 것이기 때문에 그 시장의 열림에 귀 기울여야 한다. 특히 이는 수출주도형 우리 경제에 정보기술(IT)의 비교우위를 살릴 수 있는 묘책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기술과 제도 두 가지 측면에서 활성화 방안을 제언한다.

첫째 빅 데이터 관련 기술의 파급효과가 지대하므로 대규모의 비정형 데이터를 분석·처리, 활용하기 위한 핵심기술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 둘째, 민간분야에서 먼저 태동하고 있는 영리추구용 빅 데이터의 도덕적 해이 방지 대책, 공공 빅 데이터의 안전한 공유와 유통을 위한 가이드라인 등을 미리 마련함으로써 제도적 지체를 경계함은 물론 그 적극적 활용을 도모해야 한다.

지경용 < 한국전자통신연구원 기술전략연구본부장 kyjee@etr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