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앱스토어 원貨결제 허용…한국 콘텐츠 시장 공략 본격화
그동안 전 세계 앱스토어에서 미국 달러화 결제를 기본 원칙으로 고수하던 애플이 한국의 원화를 새로운 결제수단으로 허용하기로 했다. 아이폰 아이패드 등 기기 판매 외에 앞으로 한국 모바일·콘텐츠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겠다는 전략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결제 대행 전문업체인 이니시스는 이번 주 중 애플 측과 만나 앱스토어 원화 결제 시스템 구축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의 한국시장 전략 선회를 예고하는 신호탄”이라며 “현재 양측의 논의 수준에 비춰볼 때 앱스토어 원화 결제는 늦어도 올 하반기부터는 시행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한국 앱스토어에서 게임, 다이어리, 교육용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을 구입할 때의 결제 통화가 기존 0.99달러, 1.99달러 등 달러화에서 1000원, 2000원 등 원화로 확대된다. 그동안 애플이 한국에 열어 놓은 앱스토어는 배타적 결제 시스템에 대한 거부감과 소비자 불편 등으로 접근성이 약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지난해 한국 앱스토어 결제 규모도 530억원에 불과해 앱스토어 글로벌 매출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한국의 소득 수준이나 스마트기기 보급량 등에 비춰볼 때 절대적으로 작은 수준이다. 이니시스는 애플을 상대로 이런 특성을 중점적으로 부각시켜 원화 결제 필요성을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애플이 이번에 결제 시스템을 바꾸면서 유료 서비스가 주축을 이루는 아이튠즈 스토어의 한국 진출도 동시에 노리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까지 아이튠즈 서비스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국가에서 애플이 현지 화폐 결제를 허용하고 있는 곳은 중국이 유일하다. 중국의 엄청난 인구와 시장 규모가 글로벌 경영 원칙을 수정토록 한 것이다. 따라서 원화 결제 허용 역시 애플의 한국 시장 진출 확대 전략과 맞물려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음악 영화 동영상 뮤직비디오 등 세계에서 가장 많은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는 아이튠즈는 애플 모바일 생태계의 핵심이다. 애플이 국내에서 아이튠즈를 서비스하면 한국의 음원을 직접 구매 목록에 넣음으로써 콘텐츠 시장에 일대 지각변동을 몰고올 가능성이 높다. 애플 관계자는 “음악 등 국내 콘텐츠업자들의 원화 결제 수요와 요구는 계속 있었다”며 “다만 최종 발표가 나오기 전까지는 원화 결제 여부를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임원기/박영태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