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분간 트위터를 접습니다. 잘 쉬고 새 소설 좀 쓰다가 돌아올게요.”

소설가 공지영 씨(@congjee)가 지난 8일 트위터에 올린 글이다. 공씨는 36만4000여명의 팔로어(구독자)를 보유한 ‘파워 트위터러’다. 공씨가 이런 영향력을 갖게 된 이유 가운데 하나는 인터넷 방송 ‘나는 꼼수다(나꼼수)’다. 공씨가 나꼼수 ‘후원자’를 자처했기 때문이다.

공씨가 트위터를 그만둔 것은 역설적으로 나꼼수 마니아들 때문이다. 공씨는 마지막 글에 앞서 “정봉주 전 의원의 말을 그의 요구대로 전하고도 수꼴(수구꼴통의 약어)들이 아닌 그의 추종자들에게 이렇듯 욕을 먹을 줄은 꿈도 못 꾸었기 때문이죠”라고 썼다.

그 배경에는 ‘비키니 사건’이 있다. 복역 중인 정봉주 전 의원을 응원하는 한 여성이 지난달 21일 인터넷에 비키니 수영복 차림의 사진을 올린 것. 가슴에는 ‘가슴이 터지도록 나와라 정봉주’란 문구를 적었다. 다른 여성들도 비슷한 사진을 잇따라 올렸다.

이를 보고 나꼼수 멤버인 김용민 씨는 “정 전 의원은 현재 성욕 억제제를 복용하고 있으니 마음 놓고 수영복 사진을 보내시기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진행자인 주진우 씨도 “가슴 응원 사진 대박이다. 코피를 조심하라!”는 글을 올렸다.

나꼼수 진행자들의 이런 발언은 거센 논란을 불러왔다. 성희롱에 가깝다는 비판이 쏟아진 것. 공씨도 지난달 28일 “비키니 가슴 시위 사건은 매우 불쾌하며 당연히 사과를 기다립니다”라고 했다. 기다렸다는 듯이 나꼼수에 대한 보수진영의 비판이 시작됐고 진보 성향의 여성들이 모인 ‘삼국카페’도 최근 “나꼼수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나꼼수의 열혈 지지자들은 공씨에 대한 ‘배신감’을 토로하며 그를 거세게 비난했다. 일부는 모든 논란의 ‘원흉’으로 공씨를 지목했다. 결국 공씨는 지난 8일 트위터를 그만두기로 했다.

이 소식을 접한 시사평론가 진중권 씨는 “나꼼수 극성팬들에게 시달리더니 공 작가가 잠시 트위터를 접는 모양”이라며 “푹 쉬시다 걔들(일부 나꼼수 마니아) 제정신 차리거든 돌아오세요”라고 썼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