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생활용품 업체 프록터앤드갬블(P&G)이 최근 “비생산직 인력 1600명을 감원한다”고 발표했다. 이 중 대부분은 마케팅 인력이다. 비용 절감을 위해서라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그러나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게 미국 언론들의 평가다. P&G가 대규모 적자에 시달리는 상태가 아니기 때문이다. 또 ‘마케팅의 P&G’로 불리는 회사가 영업인력을 먼저 정리하는 것도 이례적이다.

전문가들은 P&G가 감원에 나선 것은 새로운 마케팅 전략에 따른 것이라고 보고 있다. 급부상하고 있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기 위한 대안 마련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SNS 중심으로 마케팅 재조직

'마케팅의 P&G', 마케터 대거 자른 이유는
P&G가 주로 판매하는 상품은 비누, 세제, 치약 등의 생활용품이다. 제품 특성상 기능이나 질적인 면에서 경쟁사와 차별화하기 쉽지 않은 제품들이다. P&G가 연간 100억달러를 광고에 쏟아부으며 공을 들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P&G는 덕분에 마케팅이 특별히 강한 회사로 자리매김했다. 세계 최고의 생활용품 기업으로 성장한 비결이다.

‘마케팅의 P&G’로 불리는 회사가 마케팅 부문 인력부터 줄이기로 한 것은 SNS를 끌어안기 위해서다. 로버트 맥도널드 최고경영자(CEO)는 감원을 발표하면서 “SNS 등장으로 기업들의 광고 수단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구글이나 페이스북을 활용한 광고가 기존 미디어를 통한 마케팅보다 더 효율적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마케팅 부문을 SNS를 중심으로 재편성하겠다는 얘기다. 기존 영업인력 중심의 네트워크가 아닌 SNS를 통해 새로운 마케팅 네트워크를 만드는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올드 스파이스’의 재탄생

전문가들이 P&G의 ‘변신’에 주목하는 이유는 P&G가 그동안 마케팅의 혁신을 주도해왔기 때문이다. P&G는 1924년 세계에서 최초로 소매상인을 상대로 한 마케팅 부서를 만들었다. 브랜드 매니저라는 직책도 처음 만들었다. 1932년 ‘The Puddle Family’라는 라디오 드라마에 비누를 협찬하면서 일일 연속극을 뜻하는 ‘소프 오페라(soap opera)’라는 단어도 생겨났다. 2000년대엔 체험단을 통한 마케팅 전략인 ‘입소문 마케팅’을 주도했다. 입소문 마케팅을 위해 ‘트레머’라는 자회사도 만들었다.

SNS 마케팅에서 후발주자이긴 하지만 P&G의 SNS 광고는 벌써부터 관심을 모으고 있다. P&G는 최근 전 미식축구 선수 이시아 무스타파를 캐스팅해 남성 화장품 브랜드 ‘올드 스파이스(old spice)’의 땀냄새 제거제 광고를 제작했다. P&G는 이 TV 광고를 회사 공식 트위터에 올려 소비자 질문을 샤워를 막 마친 ‘올드 스파이스 맨’이 영상 답변을 달아주는 방식의 광고 캠페인을 실시했다. 반응은 폭발적이다. 지금까지 올드 스파이스의 광고 노출 횟수는 18억건에 달한다. 유튜브에서의 조회 수도 5000만건을 넘어섰다. 전문가들은 “1960, 70년대 아버지 세대 제품이었던 올드 스파이스가 재탄생했다”고 평가했다.

시두 시타라만 워싱턴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사람이 아닌 SNS가 마케팅의 축이 되는 새로운 시대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P&G의 마케팅 전략 수정은 다른 소비재 기업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정성택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