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 3.0시대] "SNS로 뭉친 고객은 막강 왕국"…대기업도 '벌벌'
지난 20일 국내 커피전문점 탐앤탐스는 공식 트위터(@TOMNTOMS_COFFEE)에 “김정일 국방위원장님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는 글을 올렸다가 곤욕을 치렀다. 이 글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통해 급속히 퍼졌고, 트위터에는 “정부가 애도를 표할 것인지 공식입장을 표명하지 않은 상황에서 신중하지 못했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친북 기업’으로 지목돼 불매운동으로 번질 조짐까지 나타났다. 이 회사는 홍보팀장이 무릎을 꿇고 사죄하는 사진을 게재했지만 고객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SNS의 영향력에 기업들이 긴장하고 있다. SNS는 개개인의 소비자들이 의견을 교환하는 장(場)인 동시에 집단을 형성하고 막강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수단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 기업 이미지나 상품에 악영향을 미치는 정보는 SNS를 통해 급속히 확대 재생산되는 특징을 보인다.

박영락 한국인터넷소통협회 대표는 “SNS는 잘 쓰면 약이지만, 잘못 쓰면 독이 되는 양날의 칼”이라며 “특히 기업이 부적절하게 대응할 경우 악성 여론과 루머를 만들어 치명적인 손상을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트통령’ 이외수도 굴복시켜

SNS가 기업에 위기를 초래한 사례는 최근 1~2년 사이 빈발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10월 발생한 ‘BBQ 사건’이 대표적이다. 치킨 프랜차이즈업체 BBQ가 원산지 허위 표시 혐의로 기소된 사실이 SNS를 통해 급속히 퍼지면서 트위터로 BBQ를 광고해주던 작가 이외수 씨에게도 항의가 쏟아졌다. 트위터에서는 ‘트통령(트위터 대통령)’으로 불리는 이씨도 결국 트위터를 통해 공식 사과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 4월 인터넷을 떠들썩하게 했던 ‘신라호텔 한복사건’도 SNS의 힘을 보여준 사례다. 한복디자이너 이혜순 씨가 한복을 착용했다는 이유로 신라호텔의 레스토랑 입장을 거부당한 일을 트위터에 올리면서 파장이 커졌다. 신라호텔은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비판 여론은 거세졌다. 결국 이부진 사장이 다음날 직접 해당자를 만나 사과하면서 상황이 마무리됐다.

한 기업의 홍보팀 관계자는 “‘고객이 왕’이라면 SNS를 통해 모인 고객집단은 ‘왕국’”이라며 “SNS는 기업이 항상 관심을 갖고 두려워해야 할 1순위로 꼽힌다”고 말했다.

◆과잉대응은 화 키워

해외에서는 SNS를 통해 드러난 기업의 문제점이 사회문제로 번지기도 한다. 미국의 운송회사 페덱스(FedEx)는 택배 물품을 함부로 다루는 배달원의 동영상 하나로 브랜드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 2007년 한 네티즌이 SNS에 올린 이 동영상은 화제가 됐다. 미국에서는 페덱스의 이름이 적힌 트럭이나 유니폼을 입은 직원을 보면 휴대폰 카메라로 찍어 중계하는 놀이가 유행처럼 번지기도 했다.

2009년 4월에는 미국 도미노피자의 점원이 장난 삼아 비위생적 방법으로 피자를 만드는 동영상을 SNS에 올리면서 소비자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결국 도미노피자는 해당 직원을 해고하고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매출 부진에 시달려야 했다.

스위스 식품업체 네슬레는 SNS에 성급하게 대처했다가 화(禍)를 자초했다. 문제는 지난해 3월 이 회사가 자사를 비방하는 동영상 광고를 인터넷에서 삭제토록 법적 조치를 취하면서 시작됐다.

이 광고는 네슬레가 초콜릿의 주원료인 팜오일을 수입해 오랑우탄의 터전이 파괴되고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만들어졌다. SNS 이용자들은 동영상을 삭제한 네슬레의 페이스북에 항의 글을 남겼고, 네슬레 측은 페이스북을 아예 폐쇄해 더 큰 비난을 받았다. 네슬레 본사에서 오랑우탄 탈을 쓰고 시위를 벌이는 불매운동이 펼쳐지기도 했다.

◆SNS 위기관리 시스템 필요

이처럼 SNS를 통해 밝혀진 불만사항과 문제점은 기업에 개선 방향을 제시한다. 하지만 허위사실 유포는 기업에 악영향을 끼친다.

특히 식품이나 생활용품의 경우 SNS를 악용해 제품을 비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SPC그룹은 지난 3월 일본에서 방사능 사고가 발생한 뒤 방사능 세슘에 노출된 일본산 밀가루를 사용한다는 루머가 트위터에 퍼지면서 골치를 앓았다.

기업들은 SNS를 통해 이미지에 타격을 입을 경우 쉽게 회복하기 어렵다는 사실에 긴장하고 있다. 박 대표는 “기업은 SNS 위기관리 시스템을 마련하고 지속적으로 SNS를 통해 고객과 관계를 맺고 진정성을 보여주는 활동을 벌여야 한다”고 말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