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호 아루바코리아 대표 "LTE시대의 진짜 주역은 와이파이"
“4G(세대) 이동통신 시대의 진짜 주인공은 롱텀에볼루션(LTE)이 아닙니다.”

최근 기자와 만난 김영호 아루바네트웍스코리아 대표(55·사진)는 “차세대 이동통신을 이끌어 갈 기술은 따로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게 뭘까. 그가 제시하는 답은 ‘와이파이’다

김 대표는 “통신 기술이 진화하고 클라우드 서비스가 활성화될수록 와이파이에 대한 의존도는 더욱 커질 것”이라며 “데이터 증가 속도를 이동통신 네트워크가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결국 와이파이가 더 많은 데이터 트래픽을 감당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그는 “LTE 서비스가 시작됐지만 무제한 정액 요금제가 없기 때문에 사람들은 데이터를 사용하는 데 부담을 느낀다”며 “이런 현상이 심화될수록 와이파이가 각광받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의 말처럼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국내 통신 3사는 와이파이망을 전국에 촘촘하게 설치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와이파이는 LTE에 버금갈 정도로 속도가 빠른 데다 아직 사용 가능한 주파수 대역이 남아 있어 확장이 비교적 용이하다. 소비자들도 통신사 정액요금제에 가입하면 와이파이는 무료로 쓸 수 있기 때문에 큰 부담이 없다.

김 대표는 “와이파이 네트워킹 기술이 인공지능 수준으로 발전하고 있어 4G 네트워크보다 훨씬 유용한 점이 많다”며 “아루바네트웍스의 기업용 와이파이의 경우 이미 상황을 인식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수준으로 업그레이드됐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여러 사람들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와이파이 네트워크에서 특정인이 지나치게 많은 트래픽을 유발할 경우 와이파이 접속장치(AP)를 컨트롤하는 중앙제어장치가 해당 단말기의 네트워크를 차단해 버릴 수도 있다는 것. 사설 와이파이 장비를 불법으로 설치해 기업 정보를 빼내려는 시도를 하는 경우에도 이를 즉시 감지해 해당 네트워크를 무력화시키는 것도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와이파이에 대한 수요가 늘수록 아루바네트웍스도 고성장을 지속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개인용 와이파이 장비 시장은 국내외 업체들이 난립해 있지만 기업용 와이파이 시장에서는 시스코와 아루바네트웍스가 양강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2002년 미국 실리콘밸리 지역에 설립된 아루바네트웍스는 무선 네트워크 시장이 확대되면서 급성장한 회사다. 특히 2007년 아이폰 출시 이후 데이터 양이 폭증하자 주목받기 시작했다. 현재 아루바네트웍스는 와이파이 분야에서 시스코에 이어 세계 2위를 달리고 있으며 올해 5억달러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대비 50%가량 성장한 수준이다.

이 가운데 한국 매출비중은 20%에 달한다. 김 대표는 “한국은 올 들어 전 세계에서 인구 대비 데이터 트래픽이 가장 많이 늘었고 아루바네트웍스의 매출도 한국에서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글로벌 네트워크 업계에서 20년 이상의 경력을 보유한 전문가로 2006년 아루바네트웍스로 옮기기 전까지 LG-노텔에서 기업통신부문 부문장을 역임했다. 그 전에는 노텔네트웍스에서 부사장을 역임했고 2000년에는 알테온 웹시스템즈코리아의 초대 한국 지사장을 맡기도 했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