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아이폰 사용자의 동의 없이 위치정보를 수집한 것에 맞서 2만6000여명을 이끌고 집단소송을 진행 중인 소송인단이 미국 애플 본사에 직접 소장을 보내는 방안을 추진한다.

1일 법무법인 미래로 등에 따르면 애플코리아가 창원지방법원이 송달한 집단소송 소장과 소송안내서 중 애플 본사로 보내는 분량을 반송해 소송인단은 이 같은 방안을 추진하게 됐다.

미래로 관계자는 이날 "조속히 애플 본사로 소장을 직접 보내기 위해 영문 번역 작업 등을 진행 중"이라고 밝히며 "이번 일은 애플 본사로 직접 소장을 송달하도록 해 시간을 벌려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이어 "애플코리아는 이미 소장을 수령했기 때문에 재판부 권고에 따라 한달내 답변을 제출해야 한다"며 "애플코리아와 애플 본사를 분리해 소송을 진행하는 등 여러 방법을 통해 예정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집단 소송에 대한 회의적 시각들도 나오고 있다.

당초 미래로 측은 애플 본사로 직접 소장을 보내게 되면 복잡한 경로를 거쳐야 해 4~5개월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애플의 100% 자회사인 애플코리아를 우선 소송 대상으로 했다.

아이폰 사용자의 동의없이 위치정보를 수집한 주체는 애플 본사이기 때문에 소송의 상징성이 결여되고 절차도 더욱 복잡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특히 애플은 이번 소송에 대해 판결 등을 근거로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애플은 이날 아이폰의 위치정보 수집에 대해 '위법' 판정을 내린 방송통신위원회에 과태료 300만원을 내면서도 "한국의 법적 절차를 따른 것일 뿐"이라며 "애플은 개인의 위치정보를 수집한 적도, 앞으로 수집할 계획도 없다"고 말했다.

방통위는 지난달 3일 "애플이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일부 이용자가 아이폰에서 위치서비스를 '끔(off)'으로 설정했을 때도 위치정보를 수집해 위치정보보호법 제15조를 어긴 것"이라며 과태료 300만원을 부과했다.

방통위는 또 애플과 구글이 이용자 단말기에 저장되는 캐시 형태의 위치정보를 암호화하지 않은 것에 대해 같은 법 제16조에 어긋난다며 "위치정보 캐시를 암호화하라"는 시정 요구를 내렸다.

애플은 이와 관련 방통위가 지적한 사항들이 한국의 위치정보보호법에 어긋나는 것은 맞지만, 이를 '애플이 개인 위치정보를 수집·축적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앞서 애플은 위치정보 수집 논란이 아이폰의 소프트웨어 결함(버그)에서 비롯한 일이라고 해명하고, 업그레이드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애플과 구글은 단말기에 저장되는 위치정보에 암호화 조치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경닷컴 김동훈 기자 d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