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7천여명이 원고로 참여한 아이폰 위치정보 집단소송이 17일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지난 5월 전자소송 제도가 도입된 이후 최대규모인 이번 집단소송에서 아이폰 사용자들이 승소할 가능성은 어느 정도일까?
국내에 아이폰이 300만대 이상 팔렸지만 이번 1차 소송에는 아이폰 사용자의 1%에 못미치는 2만7천612명만 참여했다.

7월15일부터 30일까지 진행된 소송인단 모집과정에서 대기업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원고들이 패소한 적이 많았고 개개인의 피해입증이 쉽지 않은 만큼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전문가 의견이 잇따르자 소송 참여가 주춤했다.

법무법인 미래로의 이재철 대표변호사는 "국내법상 개개인의 동의를 받지 않는 위치정보 수집은 엄연히 불법이다"며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애플의 행위가 과연 불법성이 있는지, 원고의 손해가 인정될지에 대해 반신반의해 소송참여를 주저한 것 같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미래로는 이번 집단소송을 주도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3일 방송통신위원회가 애플의 위치정보 수집행위가 '위치정보 보호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것으로 결론짓고 과태료 300만원과 시정명령을 내려 의구심이 상당부분 해소됐다고 미래로 측은 설명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스마트폰 이용자의 위치정보 수집ㆍ저장으로 사생활침해 논란을 일으킨 애플에 대해 제제를 내렸다.

이 변호사는 "방통위가 애플이 관련 국내법을 위반한 것으로 결정한 만큼 위치정보 불법성 여부에 관한 논란은 사실상 끝난 것으로 봐야 한다"며 "위자료 액수를 얼마로 정할지가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소송 당사자가 많은데다 위자료 액수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상당하기 때문에 애플 측에서 적극적으로 이번 소송에 임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고 예상했다.

반면, 애플 측은 아이폰을 통해 사용자의 위치추적과 정보수집이 이뤄지더라도 개인식별은 안되기 때문에 사생활 침해와 위법성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애플코리아 측은 창원지법이 소장을 송달하면 내용을 검토한 뒤 미국 본사와 함께 대응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경남의 한 변호사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애플에 대해 법률위반으로 행정적 제재를 내렸지만 민사상 손해배상 사유가 되는지는 별개라고 봐야 한다"며 승소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애플 사용자들이 위자료를 받을 만큼 위치추적으로 정신적 고통을 느꼈는지 인과관계를 밝히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창원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seam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