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장터를 차려놓고 상인들한테 30% 자릿세를 받는다면 어떨까. 30%를 떼 주더라도 장사를 하겠다는 상인도 있고,떠나는 상인도 있고,주변에서 장사하며 자릿세를 내지 않는 상인도 있을 것이다. 애플이 '아이튠즈 앱스토어'에 입점한 상인들한테 무조건 30% 수수료를 떼기로 하자 아마존은 자릿세를 피하는 방식을 내놓았다.

◆차세대 웹표준에서 구동

아마존은 10일(미국 현지시간) '킨들 클라우드 리더'라는 웹 앱(응용 프로그램)을 공개했다. 이 웹 앱만 있으면 아마존 북스토어에서 전자책을 살 수도 있고 구매한 책을 읽을 수도 있다. 전용 단말기 '킨들'은 물론 어떤 단말기로도 가능하다. 애플 아이패드에서도 앱스토어를 거치지 않고 아마존 북스토어에서 책을 살 수도 있고 읽을 수도 있다.

아마존은 그동안 애플 앱스토어에 킨들 앱을 올려놓고 이 앱을 통해 전자책을 판매했으나 애플이 앱을 통한 거래에 대해서도 30% 수수료를 떼겠다고 하자 수수료를 주지 않고도 아이패드 사용자한테 전자책을 파는 방안을 찾아냈다. 그게 바로 웹 앱이다. 아이패드라는 장터는 활용하되 수수료는 한 푼도 내지 않는 쪽을 택한 셈이다.

킨들 클라우드 리더는 브라우저를 통해 전자책을 사거나 읽을 수 있게 해주는 프로그램이다. 브라우저를 통해 이용한다는 점에서는 웹과 비슷하지만 인터넷이 끊긴 상태에서도 전자책을 읽을 수 있다는 점이 다르다. 조건이 있다. 킨들 웹 앱을 구동하려면 브라우저와 디바이스가 차세대 웹 표준인 HTML5를 지원해야 한다.

◆앱스토어 타격받을까

애플 앱스토어는 2008년 7월 등장한 후 개발자들로부터 환영을 받았다. 이동통신사를 거치지 않고 바로 소비자에게 앱을 팔 수 있게 됐기 때문이었다. 30% 수수료만 떼고 나머지 70%를 손에 넣을 수 있어 '앱 대박'도 바라볼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애플이 지난 6월 '앱 내 거래(인앱퍼처스)' 방침을 밝히면서 반발을 사고 있다.

예를 들면 이렇다. 게임 앱을 애플 앱스토어에서 거래할 때 애플이 거래금액의 30%를 떼 가는 것은 좋은데,게임 앱 사용자가 아이템을 구매할 때도 굳이 애플 결제시스템을 이용하게 하고 30%를 떼 가는 것은 부당하지 않느냐는 얘기다.

이에 대한 애플 주장은 이렇다. 앱스토어에서 믿을 만한 앱만 거래되게 하려면 관리비가 들고,앱 내 거래를 수용하면 2억2500만명에 달하는 아이튠즈 결제 고객을 단숨에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마존과 같은 유통 사업자의 경우엔 30%를 떼 주고 나면 남는 게 없다.

아마존 킨들 클라우드 리더는 유통 사업자들에게 대안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구글처럼 클라우드 방식을 채택함으로써 아마존 계정만 있으면 어떤 디바이스에서든 킨들 라이브러리에 저장해둔 전자책을 읽을 수 있도록 한 것도 의미있는 진전이다.

HTML5 웹 앱을 채택함으로써 차세대 웹 앱을 선도한다는 점도 평가할 만하다. 향후 아마존의 이런 시도가 다른 기업으로 얼마나 확산되느냐에 따라 애플 앱스토어의 영향력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김광현 IT전문기자 kh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