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오전,미국 뉴욕 맨해튼 34번가의 그랜드센트럴역에서 할렘라인을 따라 북쪽으로 향하는 기차에 올라탔다. 한 시간가량 지나자 여느 시골역과 다름없는 골든즈브리지역이 나왔다. 역에 내려 자동차로 10여분을 달리자 울창한 숲 한가운데 피라미드 모양의 건물이 나타났다. 뉴욕 소머스에 위치한 IBM 본사였다.

◆평범한 회사에서 PC의 원조로

총 5개의 건물 중 한복판의 '센트럴 서비스빌딩'에 들어서자 올해로 창사 100년을 맞은 기업의 오랜 전통과 관록이 물씬 풍겼다.

로비에는 그동안 IBM에서 제조한 다양한 제품들이 시기별로 쭉 늘어서 있었다. 지금은 세계 최고의 IT서비스 기업이 됐지만 IBM도 초기에는 각종 잡화나 기계를 만들어내던 평범한 회사였다.

1925년 처음 나왔다는 커피 분쇄기와 1920년대 후반 350달러에 판매됐다는 고기 슬라이서 등이 눈에 띄었다. '모델 360' 등 IBM이 1960~1970년대에 만들었던 슈퍼컴퓨터도 있었다.

'PC'도 자리 한쪽을 차지하고 있었다. 지금은 개인용 컴퓨터를 가리키는 보통명사로 쓰이지만 원래 PC는 IBM이 1981년 제작한 컴퓨터 모델명이었다.

◆"소프트웨어는 영원하다"

건물을 둘러본 뒤 IBM의 소프트웨어그룹을 총괄하고 있는 밥 피치아노 사장을 만났다.

소프트웨어는 지난해 IBM 매출의 44%를 차지할 정도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피치아노 사장은 로비에 전시된 20세기 제품들을 가리키며 "그때나 지금이나 IBM이 하는 일은 똑같다"며 빙긋 웃었다. "고객들이 가장 원하는 걸 제공하는 일이 IBM 비즈니스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이어 "지금까지 100년이란 시간을 보내온 IBM이 또 다른 100년 뒤에 어떤 모습으로 바뀌어 있을지는 알 수 없다"며 "그때도 여전히 고객이 원하는 가치(value)를 제공하고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IBM의 미래는 소프트웨어에 있다고 역설했다. 100년 뒤에도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은 변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었다. "정부 은행 기업 등 사회 모든 영역에서 혁신을 이루기 위해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가 필요합니다. " 영속성이라는 측면에서 소프트웨어를 따라올 만한 제품이나 서비스는 존재할 수 없다는 말도 덧붙였다.

◆통찰력이 미래 경쟁력의 관건

소프트웨어가 어떤 방향으로 발전할 것인가에 대한 전망도 제시했다. 그는 "지금까지 정보기술(IT)의 역할은 사람이 하는 일들을 단순히 자동화시키는 것이었다"면서도 "기기가 다양해지고 다뤄야 하는 정보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스마터 플래닛'에선 IT의 역할도 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인간의 사고를 확장시키는 도구로서 소프트웨어의 역할이 갈수록 커질 것이란 얘기였다. 그는 "소프트웨어는 인간의 능력으로 파악하기 힘든 복잡성을 단순한 구조로 최적화해 통찰력(insight)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2015년까지 회사 내 소프트웨어 부문 매출비중을 50% 이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한국을 비롯한 해외 유수 기업들과 전략적 협력관계를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 등은 매우 잘 만들어진 제품(well-engineered product)을 시장에 내놓고 있습니다. 함께 협업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

뉴욕=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