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카페,포털 블로그 사이트 등을 중심으로 한 고등학생이 만든 스마트폰 최적화 프로그램 '규혁롬'이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게시판과 블로그에는 규혁롬에 대한 칭찬 일색이다. 규혁롬은 스마트폰 제조사와 이동통신사가 제공하는 운영체제(OS) 환경에서 벗어나 맞춤형 초기 상태를 구현하게 해주는 '커스텀롬(Custom Rom)'의 일종이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에서 자동으로 실행되는 프로그램을 선별적으로 삭제,속도를 높여주고 변경되지 않던 벨소리를 바꿀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7세 때부터 컴퓨터 독학

규혁롬 열풍이 불게 된 데는 지난해 출시된 모토로라의 스마트폰 모토로이를 최적화시킨 '모토로이 규혁롬' 때문이었다. 하드웨어에 최적화돼 메모리 공간을 크게 늘려주고 속도도 높여주었더니 모토로라가 내놓은 업그레이드 프로그램보다 낫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사람들의 입소문을 탔다. 급기야 지난 5월에는 8700여명의 회원을 갖고 있는 포털 커뮤니티 'LG 옵티머스2X 포럼'이 옵티머스2X용 규혁롬 개발을 부탁하기에 이르렀다.

규혁롬을 개발한 사람은 18세 고3 이규혁 군.서울의 한 고등학교에 기자가 도착하자 교복 차림으로 헐레벌떡 뛰어나왔다. "이번 주 토요일(9일)에 옵티머스2X의 첫 버전을 공개할 예정이에요. 기기는 좋은데 불필요한 것들이 많이 깔려 있더군요. "

그는 어렸을 때부터 컴퓨터에 관심이 많았다. PC를 처음 접한 7세 때부터 윈도 리눅스 등 각종 OS를 직접 설치하는 법을 배웠다. 동네 도서관의 모든 컴퓨터 서적을 탐독했고 프로그래밍 신간들도 모두 챙겨봤다. 이군은 "초등학교 2학년 때 전설적인 해커 캐빈 미트닉 책을 보면서 프로그래머의 꿈을 키웠다"고 말했다.

처음 접한 스마트폰은 2008년 중고로 구입한 삼성전자의 블랙잭.당시 PC 대용으로 쓸 수 있다던 광고를 본 그는 생각보다 폰의 속도가 느려 실망했다. 이것이 계기가 돼 규혁롬을 만들었다. 삼성전자의 미라지 옴니아1 옴니아2 갤럭시A 소니에릭슨의 엑스페리아X1 등의 규혁롬도 만들어 무료로 배포했다.

◆삼성 · LG "특별히 할 말 없다"

물론 규혁롬을 하루이틀 만에 뚝딱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통상 6~8개월의 시간이 걸린다. 그는 "중간에 막혀도 주위에 물어볼 데가 없다"며 "안드로이드 등 해당 OS의 소스를 계속 쪼개 보며 해결책을 찾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규혁롬은 전문 프로그래머들 사이에서도 인정을 받고 있다. 스마트폰 앱 개발자 양진섭 씨는 "국내 기업들이 애플 아이폰을 따라 잡으려고 제품을 급히 출시하는 과정에서 최적화를 하지 못한 게 사실"이라며 "규혁롬은 대기업들이 고객을 위해 해야 할 일을 대신하고 있는 셈"이라고 평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나 LG전자 홍보팀 관계자들은 대체로 "이름은 알고 있지만 회사 차원에서 특별히 할 말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기사가 어떻게 나가느냐"며 은근히 신경을 쓰는 기색이었다.

이군은 컴퓨터공학과 진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기초부터 체계적으로 배우기 위해서다. "세상을 풍요롭게 하고 사람들을 편리하게 해주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어요. 스티브 잡스처럼 되는 것이 꿈이죠."


◆ 커스텀롬

'Customer(고객)'와 'Rom(read only memory)'의 합성어다. 롬은 읽을 수는 있지만 바꿀 수 없는 기억장치로 컴퓨터 운영체제(OS),시작 프로그램 등을 저장한다. 즉 커스텀롬은 고객 맞춤형 롬을 뜻한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