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캐피탈 해킹 사건에 대부업체가 연루됐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커 일당이 빼돌린 개인정보가 대부업체에까지 넘어갔다면 문제가 더욱 커질 수 있어 우려된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현대캐피탈 해킹 사건에 대부업체가 연루됐을 개연성을 염두에 두고 사실관계를 캐고 있다고 25일 발표했다.

경찰 관계자는 "필리핀에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브로커 정모씨(36)가 2005년 '론플러스'라는 미등록 대부업체를 운영하면서 인터넷 포털 사이트 팝업창을 통해 고객정보 1만3000여건을 입수하고 이를 대부중개업체에 넘겨 6억원을 챙긴 전력이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미 검거된 국내 총책 허모씨(40)가 정씨와 대부업체가 연루됐을 개연성에 관해 진술했고 정씨의 전력을 봤을 때도 연관성이 의심된다는 게 경찰 측 설명이다.

경찰 관계자는 "정씨와 해커 신모씨(37)가 관련된 계좌의 입 · 출금 내역을 확인하는 등 (대부업체와의) 연관성을 캐고 있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또 정씨가 작년 말부터 지난달까지 3차례에 걸쳐 허씨 및 국내 인출책 조모씨(47)를 필리핀에서 만나 범행을 모의한 정황을 포착하고 구체적인 경위를 파악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신씨는 해킹과 이메일로 현대캐피탈을 협박해 돈을 뜯어내고 정씨는 신씨와 국내 인출책을 연결하는 역할을 했다.

허씨는 국내 총책으로 조씨 등 3명을 지휘하도록 역할을 나눴다. 허씨는 이어 현대캐피탈이 범인 계좌로 입금한 1억원 중 3500여만원을 국내에서 인출，이 가운데 1700만원을 정씨에게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아직 검거되지 않은 신씨와 정씨에 대해서는 필리핀 현지 경찰에 범죄인 인도를，중국으로 출국한 조씨에 대해서는 인터폴에 공조 수사를 각각 요청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한편 현대캐피탈 전 · 현직 직원 등 5명이 회사 내부 정보를 빼낸 사실이 있으나 이번 사건과는 관계가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