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트위터 화면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자신의 위치를 알리는 글이 심심찮게 올라온다. 'I'm at 홈플러스 유성점','뉴요커에 발도장 쿡','생선이 싱싱한 집(at 주문진 영진횟집)'…이런 식이다. 연결된 주소를 클릭하면 해당 장소를 표시한 지도가 뜬다. 자신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무슨 생각을 하는지,위치가 어디인지 친구들에게 알리는 서비스.이게 바로 위치 기반 네트워크 서비스다.

주도 기업은 미국 포스퀘어.지난해 3월 서비스를 시작해 26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했다. 미국에서는 포스퀘어,고왈라,브라카이트 등이 경쟁하고 있고,한국에서는 지난달 KTH(아임IN)와 다음(플레이스)이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 시장에 가입자가 5억명이나 되는 페이스북이 뛰어들었다. 최근 미국에서 '플레이스'라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구멍가게들이 경쟁하는 동네에 할인점이 들어선 셈이다.

페이스북이 위치 기반 네트워크 서비스에 참여한 것은 여러 가지 면에서 의미가 있다. 일단 페이스북이 '인터넷 블랙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다시 한번 드러났다. 페이스북이 이미 구축한 초대형 플랫폼을 기반으로 맘만 먹으면 어떤 인터넷 서비스든지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제 포스퀘어 KTH 다음 등은 가입자가 5억명이 넘는 초대형 사업자와 맞대결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페이스북의 플레이스 서비스를 이용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스마트폰에 페이스북 애플리케이션(앱 · 응용프로그램)을 내려받아 실행하면 플레이스(한국에서는 '장소')라는 아이콘이 뜬다. 이걸 눌러 자신의 위치를 알리는 '체크인'을 하면 된다. 페이스북 이용자 5억명 가운데 스마트폰 사용자가 20%라고 치면 1억명이다. 수십만,수백만명에 불과한 기존 사업자들에는 버거운 상대다.

중요한 것은 페이스북이 위치 기반 서비스를 시작한 이유다. 단순히 포스퀘어의 손목을 비틀기 위해 이 시장에 뛰어든 것은 아니다. 맨 먼저 생각할 수 있는 이유는 페이스북 이용자들에게 또 하나의 즐길거리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페이스북을 이용하다 다른 앱을 띄울 필요 없이 페이스북 안에서 체크인하게 한다는 얘기다. 군소 인터넷 사업자들한테는 '블랙홀'로 여겨질 수 있다.

보다 중요한 이유는 위치 기반 네트워크 서비스가 마케팅 수단으로 뜰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 서비스 이용자들은 자신의 위치를 알리기만 하는 게 아니라 '맛있는 집'이랄지 '종업원이 불친절하다'는 등 소감을 남긴다. 이런 글이 쌓이면 업소 영업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자영업자들은 고객의 평을 무시할 수 없고 이들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펼칠 가능성이 크다. 미국에서는 포스퀘어 체크인을 활용한 마케팅이 활발하다. 패션유통업체 갭(Gap)은 최근 체크인 고객에게 15% 할인해주는 프로모션을 진행한 바 있다. 자영업자들은 업소 주변에 있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할 수도 있다. 반경 1㎞ 안에 있는 고객들에게 할인쿠폰을 쏴주는 게 일례다.

일반인 입장에서 보면 자신의 위치를 노출하는 게 보편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위치를 노출하면 친구들과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해지고 업소의 할인 혜택 등을 받을 수 있다. 반면 프라이버시가 침해될 소지가 크다. 위치를 노출할지 말지 여부는 각자 선택할 일이다. 샌프란시스코 금문교나 이집트 피라미드 앞에서 친구들이 남긴 글을 읽게 될 날도 머지않았다.

IT전문기자 kh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