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현의 IT 이야기] 세살배기 징가 '게임업계 구글' 되나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뜨는 기업으로 흔히 페이스북,트위터와 함께 징가를 꼽는다. 페이스북은 최근 이용자 5억명을 돌파했고 트위터는 지난달 우리나라 선거에도 영향을 미쳐 화제가 됐다. 징가는 2007년 설립된 세 살배기 신생기업으로 페이스북보다는 세 살,트위터보다는 한 살 어리다. 이런 기업을 뉴욕타임스는 '게임업계의 구글'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징가는 소셜게임 서비스 회사로 게임업계에서는 널리 알려져 있다. 대표 게임은 팜빌,마피아워,카페월드 등으로 페이스북이나 마이스페이스닷컴 등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사이트에서 친구들과 함께 즐기는 게 특징이다. 징가 게임 이용자는 월 2억3500만명에 달한다. 소셜게임에 관한 한 세계 최고다. 매출은 지난해 2억7000만달러에서 올해는 5억달러로 늘어날 전망이다.

벤처 투자자들이 산정한 징가의 기업가치는 45억달러,우리 돈으로 5조4000억원이나 된다. 27일 현재 엔씨소프트의 시가총액 4조3150억원보다 많다. 징가에는 구글,소프트뱅크와 실리콘밸리 벤처펀드인 클라이너 퍼킨스 등이 총 5억2000만달러를 투자했다. 창업자는 마크 핀커스(44).지난달 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아이폰4를 발표할 때 무대에 세웠던 기업인 중 한 사람이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벤처캐피털 회사인 클라이너 퍼킨스 관계자는 징가에 대해 "우리가 투자한 세 살배기 신생기업으로는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리고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클라이너 퍼킨스는 구글과 아마존에도 투자했던 벤처캐피털이다. 징가 직원은 약 1000명.작년 이맘 때 375명이었던 것에 비하면 2~3배로 늘었다. 더구나 연말까지 400명을 더 뽑겠다고 밝힌 상태다.

징가가 3년 만에 '게임업계의 구글'이란 말까지 들을 정도로 급성장한 것은 페이스북이라는 거대한 게임 플랫폼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징가는 페이스북 이용자들이 친구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게임을 올려 인기를 끌었다. 징가는 소셜게임 이용자들에게 씨앗 농기구 가축 등 가상상품을 팔아 돈을 번다.

실리콘밸리 스타 중에는 20대가 창업한 기업이 많다. 구글도 그렇고 페이스북도 그렇다. 징가는 40대가 창업해 성공했다는 점에서도 특이하다. 창업자인 핀커스한테 징가는 네 번째 회사다. 인터넷 방송 회사 프리로더와 소프트웨어 회사 서포트닷컴을 창업해 매각했고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회사 트라이브넷이 위기에 처하자 징가를 창업했다. 징가는 핀커스가 키웠던 불독 이름이다.

징가와 핀커스는 손가락질도 많이 받는다. 경쟁사 게임을 베끼기 일쑤고 고객을 속이는 마케팅도 펼쳤다는 것이다. 핀커스는 지난해 기업인들 앞에서 "돈을 벌기 위해서는 어떤 못된 짓이든 다 했다"고 말했다. 상사랑 다퉈 컨설팅 회사에서 잘린 걸 자랑스럽게 떠벌린 적도 있다.

[김광현의 IT 이야기] 세살배기 징가 '게임업계 구글' 되나
게임을 공짜로 즐기게 하는 대신 가상상품을 팔아 돈을 버는 방식은 우리나라 업계가 먼저 시도했다. 그러나 지금은 우리가 징가를 벤치마킹한다. 일부 기업은 소셜게임을 만들어 페이스북에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한결같이 실패했다. 온라인게임 경험만 믿고 소셜게임의 특성을 간과한 탓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징가를 게임업계 구글이라고 해도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IT 전문기자 kh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