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신상정보 등 퍼나르며 사이버 재판

한 대기업 사원이 5년간 사귄 여자친구 몰래 다른 여성과 결혼하려 한다는 내용의 글이 27일 인터넷을 달구면서 마녀사냥식 `사이버 재판'이 또 벌어지고 있다.

자신을 29세 여성으로 소개한 한 여성이 최근 한 포털 사이트에 올린 문제의 글은 대학시절부터 사귄 남자친구가 자신 몰래 다른 여성과 결혼하려 한다는 내용과 함께 남자친구의 성과 소속 직장의 이니셜을 공개하고 있다.

확인되지 않은 한쪽의 일방적인 주장만을 담은 글이지만 누리꾼은 해당 남성은 물론 그의 부모, 결혼할 여성의 실명과 직장 이름을 찾아내 다른 인터넷 게시판에 무차별적으로 퍼 날랐다.

일부는 게시물에 댓글로 이 남성에게 욕설하거나 "알아봤더니 양다리도 아니고 세다리더라"는 등 근거없는 비난도 서슴지 않았다.

포털 사이트에 올랐던 글은 현재 삭제됐지만 사본과 피해자들의 신상 정보는 이미 개인 블로그나 트위터 등을 통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널리 유포됐다.

특히 어떤 커플의 결혼 기념 동영상이 해당 남성의 `웨딩 영상'이라고 이름붙여져 한 포털 사이트에 버젓이 올라 있는 등 제2, 제3의 억울한 피해자까지 속출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에 일부 누리꾼은 미확인 사실로 특정인을 `마녀사냥' 하는 행태를 자제해 달라는 취지의 글을 올리고 있다.

한 스포츠 전문 사이트 게시판에는 해당 글의 사본이 올라오자 `앨리스***' 아이디를 쓰는 회원이 "저게 전부 거짓이라면 해당 남성과 가족들은 어떻게 되는 건가.

인터넷이 만병통치약은 아닌 것 같다"는 댓글을 남겼다.

`No91***' 아이디를 쓰는 회원은 "사실 여부를 떠나 이런 (사적인) 일을 인터넷에 올려 마녀사냥하는 건 안좋아 보인다"고 썼다.

연세대 심리학과 황상민 교수는 "다른 사람의 사생활에 개입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한국 사회의 경향이 드러난 사건"이라며 "해당 글이 사실이든 아니든 개인의 사생활을 인터넷 공간으로 끌어내 신상을 파헤치거나 매도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ah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