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까지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톱3'로 올라서겠다. "

삼성전자나 LG전자의 얘기가 아니다. 대만의 휴대폰 제조사인 HTC의 피터 추 최고경영자(CEO)가 6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신제품 발표회에서 야심차게 제시한 비전이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HTC는 노키아,리서치인모션(림 · RIM),애플 등에 이어 4위를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그의 발언은 HTC 스마트폰이 블랙베리(림)나 아이폰(애플)을 넘어서겠다는 도전으로 해석된다.

◆놀라운 성장가도


HTC는 불과 3~4년 전만 해도 이동통신사들의 주문을 받아 생산하는 하청업체 수준이었다. 자체 브랜드 휴대폰을 만든 건 2006년 6월이 처음이다. 하지만 2008년 9월 HTC는 세계 최초의 안드로이드폰 'G1'을 내놓으며 시장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어 예전부터 쌓아왔던 이동통신사들과의 전략 관계를 적극적으로 활용,스마트폰 시장의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추 CEO는 "최근 5년간 평균 30%에 가까운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며 "미국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성장은 다른 어떤 경쟁사보다 빠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HTC가 이동통신 사업자의 강력한 지지를 받으며 급부상하고 있다"며 "글로벌 이동통신사인 버라이즌,보다폰,T모바일 등에 안정적으로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HTC는 지난해 미국에서만 약 600만대의 스마트폰을 팔아치웠다.

◆'구글폰'을 만드는 회사


HTC는 제품 경쟁력도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6일 SK텔레콤을 통해 국내 시장에 선보인 스마트폰 '디자이어'는 하드웨어 면에서 최고 수준의 안드로이드폰으로 통한다. 구글이 올초 내놓은 자체 브랜드 스마트폰 '넥서스원'을 생산한 업체도 HTC다. 배준동 SK텔레콤 마케팅부문장은 "디자이어는 넥서스원을 한 차원 업그레이드한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디자이어는 안드로이드 최신 OS인 2.1 버전을 탑재했으며 3.7인치 AMOLED(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 화면을 장착했다. 또 퀄컴의 1기가헤르츠(㎓) 스냅드래곤 프로세서를 적용해 데이터 처리 속도가 매우 빠르다. 지난달 호주와 일본에 처음 출시됐고 국내에선 오는 10일부터 판매를 시작한다.

과거에 해외에서 발표된 신제품이 국내에 들어오기까지 6개월 이상 걸렸던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속도다. 추 CEO는 "한국의 스마트폰 시장이 올해 300만대 이상이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며 "한국은 HTC에 매우 중요한 시장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디자이어와 함께 선보인 스마트폰 'HD2'는 현존하는 스마트폰 가운데 가장 큰 4.3인치 화면을 장착한 게 특징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최신 모바일 OS인 '윈도 모바일 6.5 프로페셔널'을 탑재했고,디자이어와 마찬가지로 퀄컴의 1㎓ 스냅드래곤 프로세서를 장착했다. 업계 관계자는 "HTC는 최근 미국에서 4세대(G) 이동통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스마트폰 '에보'를 발표하기도 했다"며 "세계 스마트폰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는 회사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운영체제 시장까지 넘본다


이 회사는 최근 독자 스마트폰 OS 개발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들은 "HTC가 구글,MS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자체 OS 개발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쳉 휘밍 HTC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독자 OS 개발을 시도할 가치가 있는지 검토 중"이라며 여운을 남겼다. 업계는 HTC가 구글의 안드로이드와 MS의 윈도 모바일 OS를 탑재한 스마트폰을 가장 많이 생산하는 회사란 측면에서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업계 전문가는 "애플이나 림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독자 OS의 강점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HTC 역시 OS 개발에 욕심을 낼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