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과기대의 스마트폰 강의 실험…"효율성 더 높아요"
남덕우 울산과기대 교수는 100여명의 학생에게 마이크로소프트(MS) 엑셀을 가르치는 '실무전산' 과목 강의를 혼자 하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남 교수 외에 다른 강사가 한 명 더 필요했다.

그런데도 남 교수는 수업 부담이 크지 않다고 했다. 매주 한 차례 있는 강의는 학생들이 돌아가면서 조별 과제를 발표하고 토론하는 시간이다. 남 교수는 학생들이 어려워하는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해주는 역할만 한다. 지루한 설명 없이 토론과 질의응답으로 진행하니 수업 효율성은 되레 높아졌다는 게 학생들의 반응이다.

대신 학생들은 컴퓨터와 아이폰에 설치된 '블랙보드'란 프로그램에서 매주 3시간 이상 숙제를 해야 한다. 조교와 함께 강의 때 토론한 내용을 복습하는 시간도 갖는다.

울산과기대의 모바일 이-에듀케이션(E-education) 실험이 주목받고 있다. 울산과기대는 올 봄학기부터 1,2학년 학생 전원과 교직원에게 아이폰을 지급하고 여기서 구동하는 학습관리시스템(LMS) '블랙보드'(사진)를 이용해 교육 과정을 바꿔나가고 있다. 학생들은 아이폰에 있는 블랙보드 앱을 이용해 토론, 숙제, 시험 등을 할 수 있다. 강의 도중 실시간으로 모든 학생에게 질문을 전송하고 수업 이해도를 확인하는 기능도 지원한다.

임진혁 학술정보처장은 "스마트폰과 LMS를 이용해 수업 과정을 재설계하면 교수진의 부담을 크게 줄이면서 학습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전보다 적은 수의 교수에게 많은 수업을 맡길 수 있고, 클래스 간 학습 격차가 발생하지 않는 데다 교원 수 증대에 따른 비용 부담을 억제하는 장점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 대학 관계자는 "시간강사를 채용하지 않고 교수가 모든 수업을 담당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울산과기대는 자체 수업 내용뿐만 아니라 블랙보드에서 제공하는 미국 주요 대학의 온라인 디지털 콘텐츠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물리학 과목은 강의 동영상뿐만 아니라 물리 실험을 시뮬레이션 할 수 있고 실시간으로 시험을 치른다.

온라인 디지털 콘텐츠 활용이 늘어나면서 울산과기대 수업 풍경도 달라지고 있다. 1학년 이상덕씨는 "미적분 수업 시간에 노트 필기를 하는 모습을 거의 볼 수 없다"며 "책 대신 노트북과 아이폰을 활용해 수업을 즐긴다"고 말했다.

범수균 이-에듀케이션 추진본부 팀장은 "학생들의 적극적 수업 참여를 유도해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교육 과정을 재편하고 있다"며 "스마트폰으로 학생들이 언제 어디서나 공부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김영록 한국교육학술정보원 선임연구원은 "정보기술(IT)을 이용한 대학 교육 지원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 봐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조귀동 기자 claymo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