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게임 개발자 컨퍼런스 'GDC 2010'에 참가한 박지영 컴투스 사장은 깜짝 놀랐다. 아이폰용 게임 세션에 사람들이 몰릴 줄 알았는데,소셜게임 세션에 훨씬 많은 사람들이 몰렸기 때문이었다. 미국에서 소셜게임 열기가 뜨겁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눈으로 확인해 보니 상상을 초월했다.

박 사장의 경험은 한국 게임업계가 처한 현실을 대변해준다. 그동안 '온라인게임 강국'이라고 자부했는데 새로 등장한 소셜게임에서 뒤져 뒤쫓는 신세가 됐다. 소셜게임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기능을 갖추고 있어 친구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하면서 즐기는 게임이다.

한국은 미국보다 3,4년 먼저 SNS를 시작했고 온라인게임에서도 앞서갔다. 그런데도 소셜게임에서 뒤처진 것은 SNS와 온라인게임을 결합한 소셜게임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은 탓이다. 송교석 고슴도치플러스 팀장은 "소셜게임에서는 우리가 미국에 2년 이상,중국보다는 1년,일본보다는 4개월 이상 뒤졌다"고 진단했다.

소셜게임을 즐기는 대표적인 공간은 페이스북이다. 4억명이 넘는 페이스북 이용자들은 자신의 홈에서 자신이나 친구들이 좋아하는 게임을 골라 플레이 할 수 있다. 이곳에는 소셜게임 40만~50만종이 올려져 있다. 징가 '팜빌'의 경우 이용자가 8268만명이나 되고,록큐의 '버스데이카드'는 3000만명이 넘는다.

국내에서 소셜게임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은 지난해 9월 개설한 네이트 앱스토어가 대표적이다. 현재 78개 게임이 올려져 있다. 페이스북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규모가 작다. 상위 10대 게임이라 해도 이용자가 18만~76만명밖에 안된다.


네이트 앱스토어 말고는 소셜게임을 즐길 공간이 거의 없다. 페이스북 이용자가 많은 것도 아니다. 50만여명으로 세계 70위 안팎에 머물고 있다. 네이버는 기존 가입자 기반을 활용해 오는 6월 '네이버소셜앱'이라는 소셜게임 플랫폼을 열기로 했다. 이곳에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미투데이 이용자와 네이버 블로그 이용자 등이 소셜게임을 즐기도록 할 예정이다.

한국보다 먼저 소셜게임에 눈을 돌린 미국 중국 등지에서는 스타 기업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미국 징가가 대표적이다. 징가는 2007년 7월 설립된 신생 기업이지만 소셜게임 업계에서는 '거물'로 통한다. 최근에는 징가의 기업가치가 50억달러(5조5000억원)에 이른다는 보고서도 나왔다. 매출은 지난해 3억달러(추정)에서 2012년 10억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국내에서도 뒤늦게 소셜게임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선데이토즈의 경우 네이트 앱스토어에서 '사천성'으로 이용자 1위에 올랐고,최근에는 '아쿠아스토리'를 내놓아 인기 1위를 차지했다. 다음 달에는 일본 믹시에,하반기에는 페이스북에 각각 진출한다. '캐치미 이프유캔''해피가든' 등 7종의 소셜게임을 내놓은 고슴도치플러스는 이달 중 '해피타운''해피아이돌'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소셜게임 경쟁은 모바일로 번지고 있다. 첫번째 주목대상은 '게임센터'다. 애플이 최근 공개한 새 모바일 운영시스템(OS) '아이폰 4.0'에는 '게임센터'라는 게 있다. 아이폰 · 아이패드에 '아이폰 4.0'OS를 탑재하면 게임센터에서 소셜게임을 내려받아 즐길 수 있다. 미국 엔지모코가 지난달 아이폰용으로 내놓은 '위룰(We Rule)'은 24시간 만에 다운로드 100만건을 돌파해 화제가 됐다. 다음 달 문을 여는 모바일 네이트 앱스토어도 주목거리다. 네이트 앱스토어의 모바일 버전으로 이 플랫폼이 등장하면 스마트폰 이용자는 웹과 모바일을 오가며 소셜게임을 즐길 수 있다.

소셜게임 전망에 대해서는 낙관하는 이들이 많다. 이정웅 선데이토즈 대표는 "우리나라 게임 이용자들이 적응을 잘하기 때문에 소셜게임이 관심을 끌기 시작하면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고슴도치플러스의 송 팀장은 "기획력이 달리긴 하지만 플랫폼 사업자와 게임 개발회사 간 상생 기반이 조성되고 소셜게임 이용자가 늘면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