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IT생태계 새롭게 형성해야"

아이폰 독주는 계속될 것인가.

외국 휴대전화로 4개월 만에 50만대 판매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달성한 아이폰의 기세가 좀처럼 꺾일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애초 KT가 아이폰을 들여다가 지난해 11월 28일 내놓을 때만 해도 판매 목표가 최대 50만대였다.

50만은 자신 있게 내놓지 못하고 은근히 "30만대만 나가도 나쁘지 않다"고 퇴로를 열어놓았을 정도였다.

그러나 지금은 100만대를 내다보는 얘기가 오히려 당연하게 들린다.

아이폰에 비해 개방성에서 우수한 안드로이드폰이 줄줄이 나올 예정이지만, 지금은 `아이폰 대 안드로이드폰' 보다는 `아이폰대 비(非) 아이폰'의 구도로 굳어지는 형국이다.

◇아이폰 가입자 탄탄한 펀더맨털 = KT가 1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아이폰 증가는 탄탄한 펀더맨털(토대)을 보여준다.

발매 첫 달인 12월 한달간은 대기수요가 몰리면서 20만명의 가입자 수를 기록한 뒤 누적 가입자 수가 1월 30만명, 2월 39만명, 3월 50만명으로 매달 10만명씩 규칙적으로 늘고 있다.

여느 휴대전화처럼 포로모션에 의한 반짝 수요가 아니라 꾸준히 입소문을 타고 아이폰 사용자층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연령별로도 허리에 해당하는 20대(43%)와 30대(34%)의 두터운 수요층을 보여주고 있고, 이밖에 40대(10%), 50대(5%), 10대(4%) 순으로 구매력과 비례한다.

이는 수시로 휴대전화를 바꾸는 `메뚜기족'인 10대가 적다는 것으로 그만큼 장기간 아이폰 유저로 남아있을 우량 고객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아이폰 열풍이 이처럼 꺾일 줄 모르고 계속되고 있는 것은 잠재적인 데이터 수요가 KT의 데이터 활성화 정책과 맞아떨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와이파이는 차치하고 3G로 데이터를 이용한 양을 보더라도 아이폰의 경우 평균 217MB(메가바이트)로 비 아이폰의 평균 10MB에 비해 20배 이상 많다.

이는 아이폰은 음성통화가 주목적이 아니라 데이터 이용을 위한 모바일 컴퓨팅 기기로 볼 수 있다는 반증이다.

◇아이폰 독주 계속되나.

."올해안 100만대 팔릴 것" = 향후 안드로이드 OS(운영체제) 스마트폰의 대거 등장이라는 변수를 놓고 볼 때 이런 의문에 대해서는 이론이 있지만, 그럼에도 우세는 아이폰 쪽에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전문가들은 안드로이드폰이 좀 더 개방형 OS와 플랫폼이라는 이유로 종국에는 아이폰을 이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지만, 현재는 기류가 반대다.

구글폰인 넥서스원이 미국 등에서 시큰둥한 반응을 얻은 것이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 것도 사실이지만, 모바일 생태계를 놓고 볼 때 구글은 아직 애플에 비해 크게 열세라는 것이 근본적인 이유다.

특히 이달초 미국에서 출시될 태블릿PC인 아이패드도 아이팟의 바통을 이어 아이폰이 굳혀놓은 애플의 모바일 생태계를 더욱 견고하게 하는 쪽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미 미국 내 출판계와 신문사들이 애플 진영에 줄을 서는 등 애플은 제3자 진영인 `써드 파티'의 든든한 지원 세력을 등에 업고 있다.

국내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5월을 기점으로 `쓸만한' 안드로이드폰을 잇따라 내놓을 예정이지만, 적어도 연내에는 국내에 안드로이드 진영이라고 할만한 모바일 생태계의 출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이러한 환경에서 이제 아이폰의 연내 100만대 판매는 어렵지 않다는 전망이 속속 나오고 있다.

이미 `아이폰 전도사'인 이찬진 사장이 연내 100만대 판매 예상을 내놓은 데 이어, 정지훈 우리들병원 생명과학기술연구소장도 연내 `100만대 돌파'를 예상했다.

정 소장은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이 양대 축으로 시장 점유를 공고히 해나갈 것이지만 안드로이드폰 시장은 아직 형성되지 않은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정 소장은 "아이패드가 이미 예약물결로 볼 때 성공이 예상된다며 국내에서 출시되면 적어도 10만대 이상 팔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판도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전망도 적지 않다.

안철수연구소 김홍선 대표는 "아이폰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지만, 안드로이드를 채택하는 제조사가 많으므로 판도를 예측하기 힘들다.

어느 쪽이든 SW 플랫폼을 장악하고 있다는 현실이 무섭다"고 말했다.

◇아이폰 국내 IT산업 지각변동 = `아이폰은 비즈니스 모델', `삼성전자 휴대전화는 하드웨어'
안철수 KAIST대 교수는 국산 휴대전화가 아이폰에 밀릴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이 같은 등식으로 설명했다.

이는 닌텐도와 플레이스테이션3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성능으로 본다면 플레이스테이션3가 몇 배는 앞서지만, 게임기 시장에서 닌텐도에 밀린 것은 그 단말기 안에 다양한 내용물이 들어갈 수 있도록 하는 비즈니스 모델 때문이라는 것이 안 교수의 설명이다.

아이폰이 국내에 들어오면서 한국 IT산업은 뒤늦게라도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 힘을 쏟고, 대기업들이 수직관계인 하청업체를 수평 관계인 파트너로 인식하기 시작한 것.
비즈니스 모델도 중소·벤처 기업들을 우군으로 만들어 동반 성장하는 생태계를 이끌어가겠다는 시도가 엿보인다.

김홍선 대표는 "하드웨어와 인프라로는 경쟁이 안된다.

특히 스마트폰은 소셜네트워크, 클라우드, 콘텐츠와 엄청난 시너지를 이루고있다"며 "초단기간 50만 달성은 글로벌 동향과 떨어진 산업구조에 경종을 울리고 있으므로 SW, 중소기업의 생태계를 시급히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창욱 이광빈 기자 pc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