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 삼성이 세계 최대 정보기술(IT)업체에 올랐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9일 삼성이 매출 기준으로 미국의 휴렛팩커드(HP)를 제치고 세계 IT업계 1위에 올랐다고 보도했다.FT에 따르면 삼성이 이날 발표한 작년(2009년1월~2009년12월) 매출은 약 1178억달러(136조2900억원)로 HP의 2009회계연도(2008년11월~2009년10월) 매출 1146억달러를 넘어섰다.블룸버그가 전문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매출도 삼성이 1270억달러로 HP(1200억달러)를 앞지를 것으로 예상된다.

FT는 “한때 일본 기업의 사촌쯤으로 인식됐던 삼성은 지난 2002년 라이벌 소니의 시가총액을 능가하면서 세계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며 “스피드와 민첩성을 바탕으로 소니가 개척한 고급 LED(발광다이오드) TV 시장도 장악했다”고 전했다.FT는 직원의 30%가 근속연수 3년을 넘기지 못할 정도로 공포스러운 조직문화로 유명한 삼성은 특유의 추진력을 발판삼아 D램 시장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고 강조했다.

오는 11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개최를 앞둔 한국의 이명박 대통령에게도 삼성은 기술강국의 면모를 세계에 알릴 수 있는 본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FT는 전했다.또 한국 수출의 12~18%,코스피지수의 7분의 1을 차지하는 삼성은 한국 경제에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이와증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반도체와 LCD 수요 증가에 힘입어 호실적을 이어갈 전망이다.탄탄한 내부 유동성을 바탕으로 백색가전 부문의 인수·합병(M&A)에 나설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다만 애플이 최근 내놓은 태블릿PC ‘아이패드’처럼 킬러상품을 내놓을 만한 기술과 혁신이 부족한 건 삼성의 약점으로 꼽혔다.급성장하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의 시장점유율은 노키아(35%)와 애플(17%)에 한참 뒤진 5% 미만에 그친다.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삼성의 스마트폰인 ‘옴니아폰’은 세계 시장점유율이 3.2%에 불과하다.삼성이 자사의 메모리칩을 애플의 아이폰에도 공급하는 등 덩치가 커지면서 휴대폰과 반도체 사업 부문이 서로 간접적인 경합관계에 놓이게 된 것도 삼성 경영진들의 고민이라고 FT는 전했다.

김미희 기자 icii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