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콘텐츠 허브 주도권을 놓고 구글과 애플의 전면전이 서막을 열었다.

애플이 야심차게 준비해온 차세대 태블릿 PC '아이패드'(iPad)를 28일 공개한 것은 구글에 대한 애플의 선전포고나 다름없다.

수년간 마이크로소프트(MS)에 대항해 연합전선을 형성했던 애플과 구글이 지난해부터 서서히 관계에 금이 가기 시작해 완전한 경쟁 관계에 들어선 셈이다.

특히 구글이 최근 넥서스원 출시를 계기로 제조사 및 이동통신사와의 공존을 통한 개방형 생태계 전략을 가속화하는 가운데 애플이 독자적인 모바일 생태계 구축의 완결판인 태블릿 PC를 내놓았기 때문에 양사 간 전쟁은 모바일 '춘추전국시대'의 최대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우선 애플은 아이패드 공개를 통해 전자책 콘텐츠 등의 분야에서 콘텐츠 허브로서의 역할을 자임하고 나섰다.

특히 애플은 이번 발표에서 온라인 전자책 콘텐츠 장터인 '아이북'을 선보였다.

아이북은 3D 입체 서가 형태로 책을 내려받거나 일부 내용을 검색할 수 있는 서비스다.

이는 다양한 전자책 콘텐츠를 제공함으로써 아이패드의 활용성을 높이기 위한 목적이다.

결국 아이튠스를 통해 음악 관련 콘텐츠에서 경쟁력을 가져왔던 애플이 영역을 확장한 것이다.

전자책 콘텐츠는 구글은 전 세계 아날로그책의 디지털화 작업을 진행하면서 먼저 발을 들여놓은 영역이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수백만권의 책을 디지털화했다.

다만 구글은 아직 전자책 디바이스를 자체적으로 확보하지 않은 상황이다.

제조사와의 제휴 정책을 펴온 구글의 정책상 디지털화된 책은 인터넷 뿐만 아니라 여러 제조사가 만든 기기를 통해 서비스될 수 있다.

구글은 지난해 소니의 전자책에 디지털 자료를 제공하는 제휴를 맺기도 했다.

책의 디지털화는 전 세계 모든 콘텐츠를 구글을 통해 담아 허브가 되겠다는 구글 전략의 일환이다.

이미 구글과 애플은 지난해 음악 콘텐츠 유통을 놓고 한판 신경전을 벌인 바 있다.

구글이 호시탐탐 노리던 온라인 음악 사이트 '라라'를 애플이 인수한 것이다.

애플은 내려받기를 통한 음악 서비스인 아이튠스의 한계를 뛰어넘어, 실시간 스트리밍 서비스를 원하는 이용자를 겨냥해 라라를 인수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구글 지도와 검색, 유튜브 등의 구글 핵심 서비스를 아이폰에 기본적으로 탑재했던 애플은 지난해 말 구글의 야심작인 구글 보이스 검색을 거부하기도 했다.

기업 시장에서도 애플은 구글의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에 도전하고 있다.

게다가 현재 애플은 아이폰 기본 검색 엔진으로 구글을 MS의 '빙'으로 대체하기 위해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양사는 아예 등을 돌리는 수순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

구글과 애플의 전쟁은 광고 시장으로 확전될 예정이다.

애플은 최근 모바일 광고 전문업체 콰트로 와이어리스 인수에 나선 것으로 외신들은 전하고 있다.

콰트로 아이어리스는 구글이 7억5천만달러(약 8천681억원)에 인수한 모바일 광고업체 애드몹의 경쟁사로, 애플도 독자적인 광고 플랫폼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모바일 광고 시장은 궁극적으로 경쟁력있는 콘텐츠 허브를 뒷받침하기 위한 수익 모델이기 때문에 양사 경쟁 사슬에서 최종 격전지가 될 전망이다.

구글은 최근 공식 블로그를 통해 양사 간의 신경전을 여실히 나타냈다.

구글이 최근 올린 '개방의 의미'라는 글에서 "폐쇄된 시스템은 잘 정의되어 있고 수익도 창출한다"면서 "그러나 이는 그 시스템을 통제하는 사람한테만 해당되는 이야기로, 개방된 시스템은 무질서해 보이지만 수익도 창출한다"고 말했다.

시기적으로도 아이패드 출시 직전에 올라간 글이어서, 이는 다분히 애플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놓고 양사 간 경쟁은 전 세계적인 모바일 서비스 시장의 판도를 결정지을 수 있다"면서 "양사의 타깃이었던 MS가 양사 간 전쟁에 어떻게 끼어들 지도 주목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광빈 기자 lkb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