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블릿+전자책+넷북+게임기...모바일 혁명 불러올 듯

MP3플레이어 '아이팟', 스마트폰 '아이폰' 등을 통해 모바일 기기 분야에서 새로운 시장을 열어온 애플이 태블릿 PC 신제품 '아이패드'(iPad)를 27일 전격 공개했다.

'아이패드' 출시로 애플은 기존 테스크톱.노트북, MP3P, 스마트폰에서 태블릿PC에 이르기까지 개인용 정보기술(IT) 기기를 모두 갖춘 풀-라인업을 구축하게 됐다.

아이패드는 단순히 태블릿 PC 시장 개척은 물론, 아마존 '킨들'이 자리를 확고히 한 전자책 시장과 최근 몇 년 간 급성장해온 넷북, 콘솔게임기 시장까지 넘보며 모바일 기기 분야에서 새로운 '블루오션'을 창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아이패드'..'아이폰' 혁신 잇는다 = 창업주인 스티브 잡스가 최고경영자(CEO)로 복귀한 뒤 애플은 '아이맥'과 '아이팟', '아이폰' 등 혁신적인 제품을 잇따라 출시하면서 IT업계에 매번 신선한 충격을 던져 왔다.

애플은 '아이팟'이나 '아이폰'의 전례에서 알 수 있듯 이미 형성돼 있는 시장에 새롭게 등장해 혁신적인 디자인과 새로운 사용자 경험 등으로 시장을 폭발적으로 뒤흔들어왔다.

애플의 '아이패드'가 전 세계 IT업계에서 엄청난 관심을 받아온 것은 이처럼 애플이 신제품을 출시할 때마다 이끌어 낸 혁신과 거대한 파급 효과를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태블릿PC 시장도 마찬가지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빌 게이츠 회장은 이미 10여년 전인 컴덱스(Comdex) 2001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PC산업 쇠퇴론을 강력히 부인하면서 펜 입력이 가능한 태블릿PC를 소개했다.

그는 1년 후에는 태블릿PC가 5년 내 미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PC가 될 것이라고 장담했고 이어 윈도XP 태블릿PC 에디션을 발표했다.

이후 컴팩, 도시바, 에이서, 후지쓰, HP 등 수많은 PC 메이커들이 태블릿 PC를 잇따라 출시했지만 비싼 가격, 낯선 사용자 인터페이스, 저조한 펜 인식률, 낮은 하드웨어(H/W) 사양 등으로 인해 실패를 겪었다.

그러나 빌 게이츠의 '예언'이 나온 지 10여년이 지난 최근 태블릿 PC가 다시 각광을 받으면서 새로운 개인용 멀티미디어 기기로 급부상하고 있다.

애플의 '아이패드'에 앞서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소비자가전쇼(CES)에서 MS 스티브 발머 회장은 기조연설을 통해 휴렛패커드(HP)의 태블릿PC '슬레이트'(Slate)를 직접 시연했고, 델도 7일 기자회견을 통해 애플과 HP 태블릿 PC에 맞설 비장의 카드로 5인치 디스플레이를 채용한 슬림형 태블릿 PC를 선보였다.

이처럼 메이저 IT 기업들이 줄줄이 태블릿 PC를 내놓거나 내놓을 예정인 가운데 그동안 소문만 무성했던 애플의 태블릿 PC 아이패드 출시 소식이 전해지면서 IT업계는 애플의 혁신이 태블릿 PC에 어떻게 녹아들지 관심을 보여왔다.

이날 공개된 아이패드는 일단 외형은 9.7인치 크기의 '아이폰'이지만 커진 화면만큼 웹 브라우징은 물론 동영상이나 전자책 등의 콘텐츠 이용에 최적화됐다.

아이폰의 장점인 멀티터치를 그대로 적용하는데서 나아가 멀티터치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12개의 애플리케이션과 사무용 소프트웨어인 '아이워크'(iWork)의 새로운 버전을 활용 가능하도록 설계했다.

터치스크린 내 가상의 키보드는 물론 별도 액세서리로 판매되는 전통적인 키보드에 손쉽게 연결할 수 있도록 해 집이나 사무실에서는 기존 테스크톱이나 노트북, 넷북 등을 대체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 '아이팟'이나 '아이폰'의 혁신적인 디자인, 편리한 UI 등을 경험한 고객들을 고스란히 흡수하면서도 새로운 고객들을 유인할 요소까지 두루 갖춘 셈이다.

◇애플, '아이패드'로 '마지막 퍼즐' 채웠다 = 이번 '아이패드' 출시의 또 다른 의미는 애플이 개인용 IT 기기의 풀-라인업을 완성했다는데 있다.

현재 애플의 제품군은 전통적인 테스크톱과 노트북에서부터 MP3P,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에 이르기까지 IT 전반에 걸쳐 구축돼 있다.

애플은 가정용 테스크톱으로 소형 '맥미니'와 '아이맥', '맥프로'를, 노트북으로는 스티브 잡스가 서류봉투에서 꺼내 보이면서 전 세계를 놀라게 했던 초박형 노트북인 '맥북에어'와 저가형 '맥북', '맥북프로' 등을 갖추고 있다.

애플의 라인업은 2000년대 들어 모바일 기기로 확대됐는데, 2001년 당시 삼성 등 국내업체가 주도권을 쥐고 있던 MP3P 시장에 애플이 내놓은 '아이팟'은 간편한 클릭 휠 인터페이스와 대용량 저장공간, 아이튠즈를 통한 편리한 다운로드 및 곡 관리 등의 기능으로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인기를 몰고 왔고, 'MP3P=아이팟'이라는 공식을 소비자들에게 각인시켰다.

'아이팟'의 성공에 힘입어 애플은 '아이팟'에 통화 기능을 추가한 스마트폰 '아이폰'을 2007년 내놓으면서 또 한번의 혁신을 이루게 된다.

'아이패드'는 이처럼 데스크톱.노트북이라는 전통적 PC 시장과 아이팟-아이폰으로 이어지는 모바일 시장의 간격을 이어주면서 애플의 제품 라인업을 완성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3.5인치 '아이팟'이나 '아이폰'의 작은 화면에 만족 못 한 고객들과 13인치 이상 크기의 넷북이나 노트북, 데스크톱에 불편함을 느낀 고객들을 이어주면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기 위한 것이 9.7인치 크기의 태블릿 PC '아이패드'라는 설명이다.

특히 애플은 '아이팟'과 '아이폰'을 거쳐 이번에 '아이패드'를 출시하면서 세계 최고의 모바일 IT 기기업체로 자리매김하겠다는 뜻을 강력히 나타냈다.

잡스는 "애플은 소니나 삼성, 노키아의 모바일 비즈니스보다 더 큰 규모를 자랑하는 세계 최고의 모바일 디바이스 컴퍼니"라며 "스마트폰과 랩톱 사이의 간격을 이어주는 기기를 고민했는데 '아이패드'는 어떤 면에선 스마트폰보다, 또 다른 면에선 랩톱보다 좋은 기기"라고 설명했다.

◇태블릿.전자책.넷북.게임기 묶어 '블루오션' 창출 = 일단 태블릿 PC로 소개된 만큼 애플 '아이패드'는 올해 급부상할 것으로 전망되는 태블릿 PC 시장을 정조준한 제품으로 여겨진다.

실제 컨설팅업체 딜로이트는 이달 중순 보고서를 통해 "태블릿 PC가 연말까지 1천만대 가량 팔리면서 붐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면서 "애플이 오는 27일 태블릿 PC를 선보인다면 시장은 더욱 달아오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과거 '아이팟'이나 '아이폰'의 전례에 비춰보면 올해 태블릿 PC 시장에서 애플 '아이패드'는 애플만의 디자인과 사용자환경(UI)으로 시장을 이끌어나갈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최근 급속히 성장해온 넷북 시장 역시 애플 '아이패드'의 등장으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애플 '아이패드' 등 키보드없이 터치로 구동되는 태블릿 PC 시장이 본격화되면 키보드 장착으로 인해 태생적으로 크기나 무게에 있어 불리한 넷북 시장은 급속히 태블릿 PC에 잠식당할 우려가 있다.

아마존 '킨들' 등이 장악하고 있는 기존 전자책(e-북) 시장도 애플 아이패드의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실제 애플은 이날 아이패드를 공개하면서 하퍼콜린스, 펭귄, 사이먼 앤 슈스터, 맥밀란, 하체트 북 그룹 등 5개 주요 출판업자들과 제휴를 마친 뒤 온라인 전자책 장터 '아이북스'를 선보였다.

킨들이 눈이 편한 e-Ink 기반이지만 흑백인데다, 아이패드는 전자책 외에 동영상이나 게임 등을 즐길 수 있는 만큼 기존 전자책 시장의 고객을 유인해 새로운 시장을 열어 나갈 가능성이 높다.

딜로이트의 졸리온 바커 기술·미디어·통신 부문 애널리스트는 "수백만대의 태블릿PC가 판매되면서 전자책 단말기 시장이 충격을 받을 것"이라며 "전자책 단말기는 책 보는 데만 쓸 수 있지만 태블릿PC는 다양한 기능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콘솔게임기업계도 아이패드의 사정거리 내에 위치한다.

이날 발표회에는 세계적인 게임업체인 EA와 게임로프트 관계자가 직접 참석, 자사의 최신 게임을 '아이패드'를 통해 시연해 아이패드가 콘솔게임기 역할도 훌륭하게 수행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박대한 기자 pdhis95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