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 기피 현상에 저출산 등의 문제가 겹치면서 시간이 갈수록 과학기술 인력이 부족해질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장창원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선임연구위원은 "4년제 대학의 과학기술 전공 졸업자는 2008년 6만8000명에서 2018년에는 6만5000명으로 줄어들 것"이라며 "앞으로 과학기술 인력의 수급에서 양적 · 질적 불일치가 일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저출산으로 전체 학생 수가 줄어드는 가운데 이공계 기피 현상으로 과학기술 관련 학과의 학생 수도 크게 감소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과학기술 전공자가 모두 관련 분야로 진출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과학기술 인력의 부족은 숫자로 나타나는 것 이상으로 심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 선임연구위원은 질적인 측면을 따져보면 문제가 더 심각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대학 간 격차가 매우 크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같은 공학 전공자라 하더라도 명문대 공학 전공자와 비명문대 공학 전공자를 동등한 수준의 인적자원으로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장 위원은 "대학 졸업자들은 취업난을 겪는데 연구 현장이나 기업에서는 인력 부족을 호소한다"며 "이는 현장에서 요구하는 수준의 실력을 갖춘 인력이 매우 적다는 것을 뜻한다"고 말했다. 전공 분야별로 쏠림 현상이 나타나는 것도 문제다. 그는 "공학 전공자는 앞으로도 높은 증가율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의약학 분야 전공자는 많이 늘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 위원은 과학기술 인력의 수급 불일치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대학 교육의 체제를 개편하고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산업구조가 고도화되면서 고급 연구 · 개발 인력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지만 대학이 충분한 인력을 공급해 주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의 대학 교육 체제로는 정보기술(IT)을 중심으로 일어나고 있는 산업 간 융 · 복합화 현상도 따라갈 수 없다"고 지적했다.

다른 참석자들도 과학기술 인력 부족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고영회 성창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는 "최근 이공계 대학생 중 상위권 학생들이 의학전문대학원이나 법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한다"며 "우수한 인재들이 과학기술을 등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박항식 교육과학기술부 국장은 "얼핏 보면 이공계로 진학하는 학생이 많은 것 같지만 중도에 진로를 바꾸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박 국장은 "2016년부터는 대학의 총 입학정원보다 학생 수가 적어진다"며 "대학 구조조정 문제와 연계해 과학기술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찾겠다"고 밝혔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