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 · KT · LG텔레콤 3사체제를 지속해 온 이동통신시장에 제4,5 사업자 출현의 신호탄이 올랐다.

2년 넘게 표류해 온 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MVNO)법이 국회에서 가닥을 잡고 있고,사업 참여를 준비해온 기업들도 컨소시엄 구성 등 속도를 내고 있다. 빠르면 내년 초 신규 와이브로(초고속무선인터넷) 사업자도 윤곽을 드러낼 전망이다. 이동통신 시장에 신규 사업자발(發) 가격 및 서비스 경쟁이 예고되고 있다.


◆MVNO,우후죽순 생겨날 듯

기존 이통사의 망을 빌려 이동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MVNO 도입을 위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지난 11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에서 통과됐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 의결을 앞두고 있지만 연내에 국회에서 처리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렇게 되면 6개월 뒤부터 제4 이통사 등장이 가능해진다.

MVNO에 적극적인 곳은 온세텔레콤 에넥스텔레콤 케이블TV업계 등이다. 작년부터 태스크포스 등을 운영하며 사업 준비를 해온 이들 기업은 관련 법이 시행되면 곧바로 사업에 진출한다는 방침이다. 음성 중심의 MVNO를 준비해온 이들 기업은 기존 이통사들과 전면전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에넥스텔레콤은 2004년 3월 재판매 형태로 KT의 망을 임대해 법인을 대상으로 한 특화폰으로 이미 16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해둔 상태다. 이 회사는 관련법이 시행되는대로 MVNO 서비스에 나서 내년에 25만명,2011년엔 40만명의 가입자를 유치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온세텔레콤은 정부의 구체적인 시행 지침이 나오면 독자적으로 사업을 추진할지,다른 업체들과 제휴를 맺어 진출할지 정하겠다고 밝혔다. 케이블TV업계는 지난해 MVNO 진출을 공식 선언하고 모바일 추진사업단을 꾸려 서비스 준비작업을 하고 있다.

◆무선인터넷 서비스영역 확대

무선인터넷 서비스를 위해 이통사들과 제휴하는 사례도 부쩍 늘고 있다. 금융 · 유통 · 서점 · 자동차 업계가 대표적이다.

교보문고는 e북(전자책) 사업을 위해 KT와 망 임대사업 계약을 맺었다. 인터파크는 LG텔레콤과 전자책 콘텐츠 다운로드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이통사 3세대 이동통신망을 활용해 언제 어디서든 e북 콘텐츠를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MVNO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BC카드 신한은행 등 금융회사들도 모바일 결제 서비스 시장이 급팽창할 것으로 보고 MVNO 진출을 타진하고 있다.

하나카드는 이미 SK텔레콤과 합작회사를 세우기로 합의했다. 신세계 등 유통업체들과 현대자동차 등도 MVNO 진출을 저울질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MVNO는 틈새시장이나 저렴한 요금으로 승부할 가능성이 높아 이동통신 요금을 낮추는 기폭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와이브로 신규 사업자도 나올 듯

유통 · 금융 · 제조 · 콘텐츠 등 다양한 주주로 구성될 와이브로 사업자 설립 추진단은 2011년 상반기 전국 서비스를 목표로 내년 초 출범한다. 대형 유통업체,금융기관 등의 주요 주주들은 자본 참여에 그치지 않고 구축한 와이브로망을 임대해 MVNO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와이브로 전국망을 구축하는데 2조원가량이 소요되는 등 막대한 자본이 뒷받침돼야 하는 만큼 신규 사업자가 나오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신규 와이브로 컨소시엄 구성 움직임에 긍정적이다. 신규 사업자 지원 방침도 정해뒀다. 미국 일본 대만 등과 같은 2.5기가헤르츠(㎓) 대역의 주파수를 분배하고 주파수 할당 대가도 사업자에게 부담이 되지 않을 수준으로 낮출 계획이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