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만 해도 전화는 일부 부유층의 전유물이었다. 전화 회선이 부족해 신청을 해놓고도 몇 년을 기다려야 했다. 당시엔 '청색전화'와 '백색전화' 두 가지가 있었다. 매매가 가능했던 백색전화는 웬만한 집 한 채 값인 260만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한때 부와 권세의 상징으로 여겨지던 유선전화의 처지가 말이 아니다. 휴대폰에 이어 값싼 인터넷전화에 자리를 내주더니 급기야 집이나 사무실에 놓여 있는 전화기마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인터넷전화가 무선통신과 융합되면서 '선 없는 전화'가 가정과 기업에 빠르게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최대 유선전화 업체인 KT마저도 사무실에서 유선전화기를 걷어내기로 했다. 이 회사는 내년 2월 입주하는 서울 서초동 사옥에 유선전화망을 깔지 않고 유 · 무선 통합(FMC) 환경의 '모바일 오피스'를 꾸밀 예정이다. 직원들에게는 유선전화 대신 스마트폰을 지급한다.

KT 서초사옥은 기업고객부문을 제외한 코퍼레이트센터,개인고객부문,홈고객부문,미디어본부 등 주요 임직원 1300여명이 입주,사실상 본사 역할을 하게 된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