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회사 휴대폰 쓰는 사람들 다 바꾸라고 하세요. 애사심이 필요한 때예요. " 최근 최지성 삼성전자 사장이 임직원들에게 당부했다는 말이다. '옴니아'로 스마트폰 시장에 뛰어든 삼성전자가 요즘 긴장에 휩싸여 있다. 28일부터 국내 판매를 시작하는 '선발주자' 애플의 아이폰 공세 때문이다. 최 사장은 얼마 전 아이폰을 판매하는 KT의 이석채 회장을 만나 "국내업체와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는 이례적인 주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이 긴장하는 이유에 대해 전자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반도체 휴대폰 TV 등에서 글로벌 정상에 오르기까지 세계 최고의 회사들과 경쟁해왔지만,애플처럼 강력한 마니아층을 갖고 있는 회사는 없었다"고 분석한다. 삼성전자는 가전부문에서는 전자업계의 황제인 소니를 넘어섰고,휴대폰 부문에서는 모토로라를 허물어뜨리고 노키아까지 넘보고 있다. 그런 삼성전자이지만 아이폰이 확보하고 있는 고객들의 로열티는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과거 소니나 모토로라 제품을 사기 위해 한 달씩 대기자 명단에 자신의 이름을 올려놓는 국내 소비자는 거의 없었다. 하지만 애플이 아이폰과 비슷한 아이팟 터치를 국내시장에 출시할 때는 상황이 달랐다. 국내 마니아들은 물량 부족으로 한 달 이상 기다려야 하는 불편을 기꺼이 감수하면서,아이폰에서 휴대전화 기능을 뺀 '반쪽짜리'를 40만~50만원을 들여 구매했다. 애플이 휴대폰에서 올리고 있는 기적 같은 영업이익률 30%는 이런 소비자 로열티가 있었기에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아이폰 신드롬'을 지켜보는 삼성의 분위기가 간단치 않은 배경이다. 1990년대 월마트,최근 구글과 노키아에 이르기까지 세계적 회사들이 한국에 들어온 이후 고전을 거듭한 사례도 적지 않았다. 이들 기업이 한국적 상황에 적응하지 못한 측면도 있지만,경쟁 상대였던 국내 기업들의 탄탄한 마케팅 전략이 철옹성으로 작용한 효과도 컸다.

이런 점에서 배터리 교환이 안 되고,DMB(이동멀티미디어방송)를 볼 수 없고,영상통화가 안되는 등 한국 소비자 코드를 맞추지 못한 애플 아이폰의 취약점을 삼성전자 휴대폰이 어떻게 공략할 것이냐가 관전 포인트다. 삼성이 후발주자로 뛰어든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또 하나의 성공스토리를 만들어낼지 두고볼 일이다.


김용준 산업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