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능력평가기술 개발로 한우 육질.육량 모두 개선
농진청, 수소 개량에 이어 암소 개량에 나설 계획

'정자왕' 씨수소의 활약으로 한우가 빈약한 펀치를 지닌 플라이급에서 막강한 주먹을 지닌 헤비급으로 변신하고 있다.

17일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1995년부터 국가단위 한우 유전능력평가기술의 개발로 우수한 능력의 씨수소인 종모우(種牡牛)의 정액이 보급되면서 한우의 육량은 물론 육질도 크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고기소보다는 일소의 개념이 강했던 1977년 18개월 된 한우 수소의 평균 체중은 306㎏에 불과했지만 2007년 완전히 고기소로 정착한 18개월 수소의 체중은 567㎏으로 30년 전에 비해 거의 2배가 증가했다.

육질 평가의 중요한 기준인 근내지방도도 1995년 3.9점에서 2006년 5.1점(9점 만점)으로 향상돼 실속있는 유전 개량이 진행됐다.

축산업계에서 전문적으로 사용하는 유전적 개량량을 살펴보면 종모우의 역할은 더욱 두드러진다.

유전적 개량량이란 집단의 평균이 선발에 의해 얼마나 변화되었는지를 측정하는 것으로 부모로 사용된 개체의 평균능력과 후대의 평균능력의 차이를 보여준다.

종모우가 과학적으로 선발되기 이전 한우의 도축 당시 체중인 도체중의 연간 개량량은 0.021㎏이었지만 1995년 이후 지난해까지의 평균 개량량은 0.64㎏으로 31배 증가했다.

쉽게 말해 1995년 이전에는 우수한 부모로 인해 연간 송아지의 체중이 21g씩 증가했지만 1995년 이후부터는 부모 덕에 연간 640g의 체중이 증가했다는 설명이다.

도체중 뿐만아니라 등심단면적과 근내지방도 역시 유전적 개량량은 1995년 이후 각각 14배와 23배 개선됐다고 농진청은 밝혔다.

그렇다면 한우 개량을 이끌어낸 종모우는 어떻게 선발되는 것일까?
농진청은 해마다 3대 이상 건강한 혈통을 유지하고 있는 전국의 암소에서 태어난 800마리의 수소를 생후 6개월에 매입해 이후 6개월 동안 똑같은 사료를 먹이며 3개월 단위로 체중과 외모, 질병 유무 검사를 실시, 조금이라도 이상이 있는 송아지를 탈락시킨다.

정액 채취가 가능한 1살이 넘으면 이들 수소의 정자를 다시 암소에게 수정한다.

그렇게 태어난 송아지들을 6개월 이내 거세한 뒤 2년의 사육 과정을 거쳐 도축한다.

도축한 2세 한우의 육량과 육질을 평가해 800마리 중 우수한 정자를 지닌 20마리가 최종 종모우로 선발된다.

이와같은 절차로 정자왕 한우를 선발하는 기간은 평균 5.5년이고 마리당 선발 비용은 10억원에 달한다고 농진청은 밝혔다.

농진청 가축개량평가과 김시동 연구관은 "이전에는 400마리의 수소에서 20마리를 선발했지만 이젠 종모우 선발강도를 높여 800마리에서 20마리를 선발한다"며 "우수한 능력을 지닌 종모우를 통해 지난 20여년 동안 한우의 육질과 육량이 엄청나게 개선됐다"고 밝혔다.

농진청은 현재 55마리가 활동중인 종모우를 추가 선발을 통해 70여 마리까지 늘려 근친 수정의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암소의 유전 능력 평가에도 나설 계획이다.

김 연구관은 "전국적으로 100만 마리에 달하는 모든 암소의 유전 능력을 평가, 자료화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어 일단 한우농가협업체인 한우사업단에서 보유하고 있는 암소의 유전 능력을 자료화할 것"이라며 "올해는 최소 7만 마리에서 최고 10만 마리까지 암소의 체중과 초음파를 통해 측정한 근내지방도 등의 자료가 축적될 것"이라고 밝혔다.

농진청은 또 자료화된 암소의 혈통과 유전능력을 고려해 교배에 가장 알맞은 종모우의 정액을 고를 수 있는 컴퓨터 시스템도 연말까지 개발, 내년부터 서비스 제공에 나서기로 했다.

농진청 라승용 축산과학원장은 "수소를 통한 개량은 아무래도 반쪽짜리 개량일 수 있기에 암.수 모두의 개량이 가능한 시스템을 도입하게 됐다"며 "계획대로 한우 개량이 추진된다면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일본 와규(和牛) 못지 않은 명품 한우 쇠고기가 10년내에 탄생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원연합뉴스) 신영근 기자 drop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