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지친몸을 이끌고 집에 돌아와 불을 켰을 때, 깨끗해진 집안을 보게 된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우렁각시'라도 만난 듯한 기분이 들지 않을까. 우리나라 미혼남녀와 맞벌이 부부들이 받는 스트레스 중 하나가 '청소'라는 점을 감안하면 우렁각시처럼 밥하고 청소해주는 똑똑한 전자제품이 하나쯤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 사람들에게 희소식이 있다. 알아서 집안 청소를 해주는 전자제품,기존 제품보다 한층 업그레이드된 새로운 로봇청소기의 등장이다.

◆디지털 우렁각시


'겨우 로봇청소기 이야기냐'고 반문할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 로봇청소기는 이미 우리 주변에 흔하기 때문이다.

로봇청소기의 탄생은 2001년 이뤄졌다. 스웨덴의 일렉트로룩스가 내놓은 '트릴로바이트'가 원조다. 당시 가격은 2500달러.요즘 환율로 계산하면 약 290만원에 달하는 돈이다. 당시엔 비싸다는 이유로 소비자들의 환영을 받지 못했다.

우리나라에 로봇청소기가 들어온 것은 2004년.지금으로부터 5년 전이었다. 아이로봇이 로봇청소기를 선보이면서 첨단 제품에 관심이 많은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후 LG전자가 2006년 3월에 '로보킹'을, 삼성전자가 7월에 '하우젠 로봇청소기'를 내놓으면서 국산화가 이뤄졌다. 경쟁이 차츰 치열해지면서 값도 내리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중소형 가전업체들도 생산에 뛰어들면서 10만원대의 제품도 나올 정도로 시장 기반이 넓어졌다.

◆어디까지 진화했나

외국업체들과 국내업체들이 로봇청소기를 속속 내놓으면서 자연스럽게 성능 진화가 이뤄졌다. 2003년에 선보인 원조는 단선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청소를 하다 장애물에 부딪치기라도 하면 무작위로 방향을 틀었다. 그러다보니 청소하는 곳이 겹치기 일쑤였고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후 이동방향을 계산해 움직이는 제품이 나왔지만 여전히 청소시간이 길다는 소비자들의 불만이 접수됐다. 최근 들어 출시되는 로봇청소기는 3세대.로봇청소기에 눈의 역할을 하는 카메라를 장착해 방안 구조에 맞는 경로를 스스로 파악해 움직인다. 배터리가 떨어지면 알아서 충전도 한다. 청소시간이 반으로 확 줄어들고 사람처럼 음성안내를 해주는 기능이 덧붙었다.

◆뭘 고를까


삼성전자 로봇청소기 '탱고'는 3세대 제품이다. 눈으로 보고 움직이는 것처럼 기존 제품보다 인지 능력을 2배 높였다. 장착된 카메라로 초당 30회씩 사진을 촬영해 1분에 공간을 6000번 분석해 움직인다. 최단 거리를 계산하고, 스스로 충전까지 할 수 있다. 청소도 잘 한다. 먼지를 쓸고 담고, 흡입해 필터로 거르기까지 7단계로 동작을 구분해 움직인다. 추락방지 센서를 26개로 늘려 안전성도 높였다. 또 한국형 주거방식에 맞도록 2㎝에 달하는 문턱도 문제없이 넘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

LG전자 '로보킹'엔 새로운 주행시스템인 '마젤란 매핑&내비게이션'이 적용됐다. 방안을 격자모양으로 지도화한 뒤 내부를 지그재그 주행방식으로 청소해 나가는 방식이다. 움직이는 동안 가구와 같은 장애물 위치도 저장해 지도를 만들기 때문에 각 공간별로 최적의 청소경로를 계산해 꼼꼼하게 청소를 할 수 있다. 청소가 끝나면 스스로 충전대로 이동하는 기능도 갖췄다. 뿐만 아니라 문제가 발생하면 '음성'으로 안내해주기도 한다. 여기에 소비자들이 로봇청소기를 단순한 가전제품이 아니라 움직이는 애완동물처럼 여긴다는 점에 착안,작동 상황을 다양한 조명으로 표현하는 감성적인 면을 강조했다.

아이로봇의 로봇청소기 '룸바'는 뇌 역할을 하는 어웨어(AWARE) 인텔리전트 시스템을 장착했다. 실시간으로 수집되는 정보를 초당 67회 감지해 상황에 맞도록 움직인다. 브러시에 이물질이 끼면 신호값을 분석해 브러시 회전속도를 알아서 조절한다. 또 블랙박스 시스템을 적용해 충전시간과 주행시간 등을 저장할 수 있다.

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