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전문점에서 여자 친구를 기다리는 A씨.약속 시간에 30분 이상 늦는다는 연락을 받았지만 휴대폰 삼매경에 빠져 지겨운 줄 모른다. 커피숍의 무선랜(Wi-Fi)을 이용해 웹사이트에 접속,저녁 때 어떤 영화를 볼지,밥은 뭘 먹을지 공짜로 검색할 수 있다. 남는 시간에는 미국에 유학간 친구에게 휴대폰 인터넷전화로 국제전화까지 건다. 10분간 통화한 요금은 고작 500원.

2010년 새해부터 달라질 휴대폰 사용 흐름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SK텔,KT,LG텔 등 이동통신사들이 유 · 무선통합(FMC) 서비스를 위해 신규 휴대폰의 절반 가까이에 무선랜을 탑재할 예정이다. 무선랜이 가능한 지역에서는 공짜 무선인터넷과 값싼 인터넷전화를 쓸 수 있게 된다.

◆무선랜 알면 휴대폰 요금이 떨어진다

새해 국내 휴대폰 시장의 가장 큰 변화는 무선랜 기능을 갖춘 휴대폰이 대폭 늘어나는 것이다. SK텔레콤과 KT는 내년 출시 제품의 40% 정도에 무선랜 기능을 탑재할 계획이다. LG텔레콤도 내년 4월 이후 출시할 대부분 단말기에 무선랜 기능을 기본으로 장착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FMC 휴대폰을 구매하면 무선랜 지역에서는 요금이 저렴한 인터넷전화로 통화할 수 있다. 휴대폰으로 거는 요금은 28%,집전화나 국제전화로 거는 요금은 80%가량 저렴하다.

◆PC만큼 데이터 처리 빨라지는 휴대폰

LG텔레콤은 새해 1~2월께 1기가헤르츠(㎓) 속도로 데이터를 처리하는 프로세서(퀄컴 스냅드래곤)를 탑재한 휴대폰을 처음 선보일 예정이다. 이는 2~3년 전 출시된 PC의 데이터 처리 속도에 준하는 것으로,인터넷 · 게임 등을 보다 쾌적한 환경에서 즐길 수 있게 된다. LG텔레콤 관계자는 "휴대폰에서 인터넷 첫 화면을 띄우는 데 20초가 넘는 경우도 많았지만 스냅드래곤 휴대폰에서는 10초 이내로 단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중화 시험대 서는 스마트폰

새해에는 스마트폰이 본격적인 대중화 계기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 KT 등 이동통신사들은 내년에 출시할 제품 가운데 20% 정도를 스마트폰으로 내놓는다는 방침을 세웠다. 휴대폰 운영체제(OS)도 다양화된다. 올해 출시된 휴대폰은 윈도 모바일 일색이었지만 새해 2~3월부터는 구글 안드로이드를 탑재한 휴대폰도 대거 등장한다. 휴대폰으로 이메일이나 문서를 쉽게 작업하는 모바일 오피스 시대를 앞당기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외산 폰들의 공세

해외 휴대폰 업체들의 국내 시장 공략도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곧 국내 시장에 들어올 예정인 애플의 아이폰을 비롯해 내년 초에는 캐나다 리서치인모션(RIM)의 스마트폰 '블랙베리' 최신 모델이 나올 예정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내년 초에 블랙베리 오닉스(볼드 9700) 제품을 들여오기로 했다"며 "소니에릭슨의 신제품도 내년 1분기 내에 출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휴대폰에서 싸이월드,트위터 같은 SNS(소셜 네트워킹 서비스)에 실시간으로 글을 올리고 볼 수 있는 휴대폰도 많아진다. 삼성전자 LG전자 등은 해외 시장에서 선보였던 SNS 특화 휴대폰들을 국내 환경에 맞춰 내놓을 계획이다.

김태훈/안정락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