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토로라가 마침내 승부수를 던집니다.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중 안드로이드폰(일명 구글폰) 야심작을 내놓습니다. 모토로라는 안드로이드폰에 모든 걸 걸었습니다. 안드로이드폰에 총력을 쏟겠다고 선언한 상태입니다. 이른바 '올인'입니다. 성공하면 재기할 수 있고 실패하면 망할 수 있습니다. 퇴로가 없습니다.

모토로라는 휴대폰에 관한 한 선구자입니다. 휴대폰을 맨 먼저 내놓은 기업이 모토로라입니다. 4,5년 전까지만 해도 노키아에 이어 세계 2위 메이커로서 이름을 날렸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닙니다. 삼성 LG 소니에릭슨 등에 밀려 세계 5위까지 추락했습니다. 적자도 더 이상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습니다.

안드로이드폰은 구글의 개방형 모바일 운영체제(OS)를 탑재한 스마트폰을 말합니다. 소스 코드가 공개돼 있어 전 세계 개발자들을 우군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MS) 윈도모바일에 비해 가볍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그래서 아이폰에 맞설 진정한 대항마가 될 것이란 기대를 받고 있습니다.

모토로라가 내놓을 안드로이드폰 이름은 '드로이드(Droid)'.미국 1위 이동통신사 버라이즌을 통해 판매합니다. 버라이즌이 안드로이드폰을 내놓는 것은 애플 아이폰으로 2년 이상 재미를 보고 있는 AT&T에 맞서기 위해서입니다. AT&T를 따돌려야 하는 버라이즌과 재기해야 하는 모토로라가 뭉친 셈입니다.

버라이즌이 밀어준다면 모토로라에는 큰 힘이 되겠죠.버라이즌은 자사 사이트에 드로이드 티저 광고를 올려놓고 AT&T-애플 진영을 자극하기 시작했습니다. 사이트를 열면 'iDon't'로 시작하는 글귀가 연달아 나옵니다. 리얼 키보드 안 되고,애플리케이션 동시작동 안 되고,위젯도 안 되고….안 되는 것이 많습니다.

이어 'Droid Does'란 글귀가 뜹니다. '드로이드는 된다'는 뜻입니다. 멀티태스킹 되고,하이스피드 되고,음성인식도 되고….되는 게 많습니다.

동영상도 되고, 카메라는 500만화소,애플리케이션은 1만개 이상이라고 나옵니다. 슬라이드아웃 쿼티(QWERTY) 자판에 터치스크린을 장착했습니다. 스펙만 봐도 아이폰과 맞짱뜰 만합니다.

쿼티 자판이 강점인지 여부는 잘 모르겠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한 뼘도 안 되는 자판을 두드려 입력하길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건 그렇다 쳐도 안드로이드 2.0 버전을 탑재한 것은 분명 강점으로 작용할 것 같습니다. 이동통신 1위 버라이즌과 인터넷 1위 구글이 밀어준다는 것은 두말할필요도 없는 강점입니다.

제품이 공개된 건 아니어서 단정적으로 평가하긴 어렵습니다. 그런데 테크크런치는 '아이폰에 큰 위협이 될 첫 번째 휴대폰'이라고 썼습니다. 드로이드를 만져봤다는 사람은 "졸라게 무시무시하다(fucking awesome)"는 표현까지 썼다고 합니다. 그동안 '아이폰 킬러'란 말이 남용됐는데 이번엔 다른가 봅니다.

물론 휴대폰 싸움이 하드웨어로 끝나는 건 아닙니다. 얼마나 많은 애플리케이션이 뒷받침되느냐도 중요한 변수입니다. 애플은 1년 동안 8만5000개가 넘는 애플리케이션을 앱스토어에 올렸고 20억회 다운로드를 기록했습니다. 모토로라가 1만개 이상의 애플리케이션으로 시작한다니 기대가 됩니다. 애플은 지난해 애플리케이션 500개로 앱스토어를 열었죠.

또 하나 변수는 모토로라뿐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이미 23개 국가에서 12종의 안드로이드폰이 나왔습니다. '코리안 듀오'인 삼성과 LG도 이미 안드로이드폰을 팔고 있거나 곧 내놓을 예정입니다. 승패의 관건은 안드로이드폰 신제품이 쏟아져 나올 때 모토로라 제품이 단연 돋보일 수 있느냐 여부입니다.

모토로라는 과연 성공할까요? 현재로서는 아무것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확실한 건 이번 크리스마스 시즌부터 안드로이드폰 경쟁이 불붙기 시작할 것이란 점입니다. 삼성과 LG도 안드로이드폰에 점차 비중을 둘 것으로 보입니다. 안드로이드폰 싸움 결과에 따라 세계 휴대폰시장 판도가 달라질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