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화.IPTV.금융이 모바일로 통한다

KT의 KTF합병에 이어 LG그룹 유무선 통신 계열사들도 합병을 공식 선언함에 따라 통신시장에는 유무선 통합 서비스들이 속속 선보이며 그동안 경험해보지 못한 혁신적인 변화가 밀려올 것으로 전망된다.

LG통신사들이 통합을 선언함에 따라 SK텔레콤을 중심으로 SK브로드밴드, SK텔링크의 합병도 불가피해 유선과 무선의 경계는 완전히 사라지게 될 것이 자명하지만, 이러한 변화는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더욱이 먼저 통합을 이룬 KT와 KTF가 최대한 신속하게 유무선을 통합한 FMC(Fixed Mobile Convergence) 서비스를 무기로 가능한 격차를 벌려나가겠다는 입장이어서 통신업계의 유무선 통합 서비스 경쟁은 이제 `속도전'으로 치달을 것으로 보인다.

◇모바일 인터넷전화ㆍ모바일 IPTV 나온다 = KT는 이달 중 WCDMA 이동통신과 무선랜인 와이파이(WiFi)를 한 개의 단말기로 구현하는 FMC 서비스를 내놓을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휴대전화를 들고 밖에서는 이동통신망을 이용해 전화를 걸다가 집안이나 WiFi 공유기가 설치된 장소로 이동하면 자동으로 인터넷전화로 전환돼 값싼 요금으로 통화가 이뤄지게 된다.

WiFi는 그동안 데이터 통신이 주용도였지만, 단말기에 인터넷전화(VoIP) 솔루션을 탑재하면 간단하게 모바일 인터넷전화(MVoIP)로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미국 대표 유선통신사인 AT&T가 아이폰과 아이팟 터치 사용자들에게 자사의 3세대(G) 이동통신망을 통해 '스카이프'의 모바일 인터넷전화 서비스(mVoIP)를 쓸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은 모바일 인터넷전화가 거부할 수 없는 소비자들의 요구이기 때문이다.

KT는 아울러 한 발짝 더 나아가 4세대 통신인 와이브로(모바일 와이맥스)와 와이파이 및 WCDMA 이동통신을 결합한 FMC 서비스도 내놓을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휴대전화는 단지 저렴한 통화를 가능하게 해주는 통신기기에 머무르지 않고 동영상 등 고용량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는 모바일 컴퓨터로 진일보하게 된다.

IPTV를 모바일에서 구현하는 것도 시간문제다.

표현명 KT 코퍼레이트 센터장(부사장)은 "모바일 IPTV는 기술적으로 이미 구현이 가능하다.

소비자들의 수요만 있다면 언제든지 서비스할 수 있다"고 말해 IPTV 가입자 기반이 충분히 확보되면 자연스럽게 모바일로 영역이 넓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LG텔레콤과 LG데이콤은 내년 4월 모바일 IPTV 시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목표로 해외 미들웨어 업체 등과 준비 작업에 착수했다.

LG가 비단 LG데이콤+LG파워콤의 합병으로 작게 그림을 그리지 않고 LG텔레콤 중심으로 3사 통합을 선언하고 나선 것은 결국 소비자와 가장 자주 손쉽게 만날 수 있는 모바일이 유무선 통합의 중심 윈도라는 현실 인식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음성통화는 공짜...수익은 금융.여행.의료.오락에서 = 유무선 통합 시대가 속도를 내면 결국 음성 통화 요금의 가격파괴가 몰아칠 것이며, 종국에는 `음성 통화 공짜 시대'를 향해서 치닫게 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당장 KT가 이달 중 와이파이+WCDMA 이종 융합 FMC를 내놓으면서 이동전화에서 유선전화로 거는 통화료를 기존 이동전화 요금에 비해 88% 저렴하게 책정하겠다고 밝힌 것은 음성 통화 가격파괴 신호탄을 쏘아 올린 것이다.

들고 다니는 휴대전화로 인터넷전화 요금을 낸다면 음성통화는 갈수록 큰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을 것이다.

통신업체들이 뻔히 보이는 제 살 깎기 경쟁에 나서는 것은 왜일까.

휴대전화가 손안의 PC로 진화하면서 앞으로의 먹을거리는 통신 요금에 있지 않고 방송, 금융, 여행, 게임 등 부가서비스에 있다는 것이 통신업체들의 판단이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앞으로는 통화와 부가서비스의 주종관계가 뒤바뀌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는 통신망 고속도로를 깔아놓았더니 네이버, 다음, 구글 등 포털이 `통행료를 받고 있다'는 허탈감과 모바일에서는 결코 주도권을 내주지 않겠다는 각성이 작용하고 있다.

KT와 SK텔레콤이 카드사 등 금융회사 인수를 추진하는 것은 이 같은 맥락에서다.

따라서 앞으로 모바일에서 KT, SKT, LG 등 통신 그룹들과 NHN, 다음 등 포털들과의 경쟁 및 전략적 협력이 빈번해지고 이 종 업종 간의 융합도 속도를 낼 것이며, 그 중심에 통신이 자리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통신업체들은 PC, 휴대전화, IPTV, 인터넷전화 등 다양한 스크린과 기술을 확보, 동일한 콘텐츠를 3스크린, 4스크린에 동시에 노출시킬 수 있는 점에서 칼자루를 쥐고 있다.

언제 어디서든지 어느 기기를 통해서도 고객은 원하는 서비스를 즐길 수 있는 자유와 권리가 있다는 유비쿼터스 시대가 한 발짝 앞으로 다가온 것이다.

(서울연합뉴스) 박창욱 기자 pc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