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 가스를 무인으로 원격 검침하는 시스템,해수 온도나 해류 움직임을 알려주는 관측 시스템,느타리버섯 등 농작물을 관리해주는 관제 시스템….

사람 손이 닿기 어려운 기기들을 통신망으로 연결해 원격 관리하는 기기간(M2M) 통신 시대가 열리고 있다. 기기들이 마치 사람이 전화하듯 일정한 주기로 자신의 상태를 무선망으로 보내줘 원격지에서도 현지 상태를 파악할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다. 전기 · 가스 등의 원격 검침에 우선 적용되던 것이 요즘에는 가로등 제어 · 기상정보 수집 · 해양 관측은 물론 건물이나 농사 시설 관제 분야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통신업체들이 포화상태에 이른 기존 소비자 시장에서 벗어나 기기간 통신으로 가입자 및 매출 확대를 노리는 '통신 2.0 전략' 마련에 나섰다.



유비쿼터스 서막 여는 M2M

국립해양조사원은 최근 SK텔레콤과 함께 이동통신망을 이용한 해양 유비쿼터스 센서 네트워크(USN) 시스템을 시범 운영하고 있다. 지금까지 위성을 사용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이동통신망으로 해수온도,해류 움직임,재해정보 등을 파악하는 방식이다. 위성에 비해 값싼 통신망을 이용해 비용을 줄일 수 있고,실시간 관측이 가능해 재해 대처 능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경북 군위군에 사는 두성준씨(29)는 얼마전 버섯 농장에 KT의 기기간 통신 시스템인 'MOS'를 설치했다. 시설하우스 곳곳에 설치한 센서에서 온도,?? 농도,습도 등을 체크하고 이상이 발생하면 두씨의 휴대폰으로 바로 알려주는 서비스다.

M2M 서비스는 사람이 직접 하기에 효용이 떨어지거나 위험한 분야를 중심으로 먼저 도입됐다. 전기 · 가스의 원격 검침 분야가 대표적으로 50만개 이상의 회선이 이미 설치됐다. 실시간으로 전력을 관리하는 스마트 그리드 서비스가 시작되면 기기간 통신 수요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차량관제 분야도 M2M 수요가 많은 곳이다. 서울시 브랜드 콜택시인 '친절콜'을 운영 중인 동부NTS는 지난달부터 차량을 원격지에서 배차하는 것은 물론 승객들이 택시 안에서 무선인터넷도 쓸 수 있도록 KT 와이브로 기술을 도입했다.

SK텔레콤은 보건복지가족부와 함께 집안에 센서를 부착해 노인들의 동선을 파악하고 장시간 움직임이 없을 때 이를 긴급 통보하는 '독거노인 U-CARE' 서비스도 시작했다. 내년까지 3만 회선 이상을 보급할 계획이다.

기기간 통신의 적용처가 확대되면서 모든 사물에 센서와 모뎀을 설치,언제 어디서나 통신할 수 있는 유비쿼터스 시대로의 진입 속도도 한층 빨라질 전망이다.

잠재 시장 가치 6000만 회선 이상

방송통신위원회는 최근 기기간 통신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는 전략을 발표했다. 이를 활용한 범정부 인프라를 구축하는 사물통신망 촉진법 제정에도 나섰다. 방통위에 따르면 현재 국내 기기간통신 가입자 규모는 262만 회선 수준이지만,6000만 회선 이상으로 성장할 가치가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국내 휴대폰 가입자가 4500만명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이보다 더 큰 시장이 앞으로 형성될 수 있다는 계산이다.

기기간 통신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기업들의 움직임도 바빠졌다. SK텔레콤은 기업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기업사업단을 만들고 SK브로드밴드,네트웍스,텔링크 등 계열사들과 매주 1회 모여 전략을 논의하는 회의도 신설했다. KT도 합병을 계기로 자회사에서 담당하던 기기간 통신을 기업고객부문으로 이관,기존 기업 서비스와의 시너지 효과를 높여나가고 있다.

SK텔레콤 기업사업단장 한범식 전무는 "M2M 시장이 확대되면 통신업체뿐만 아니라 솔루션을 개발하는 협력사들도 신시장을 개척하고 해외 진출 기회를 확대할 수 있게 된다"며 "M2M 확대 등을 통해 현재 5~7% 수준인 기업 분야 매출을 유럽의 20~30%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면 성장 기회도 그만큼 확대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