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800t짜리 선박 블록을 실은 트랜스포터(대형 중량물을 옮기기 위해 제작된 특수차량 · 사진) 기사가 운전석 옆 10인치짜리 웹 패드에 차 번호를 입력하자 화면이 떴다. 중앙통제시스템과 무선통신망으로 연결된 화면은 선박 블록을 옮겨야 할 지번(조선소 내 작업구역 주소)과 조선소 내 차량 위치까지 알려줬다. 조선소 내에 있는 다른 차량의 위치도 나와 막히지 않는 길을 찾을 수도 있었다. 장비운영부 소속 김진강씨(49)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무실에 일일이 전화해 어디로 갈지를 묻고 조선소 지도를 찾아 블록을 운반했는데,곧바로 작업 위치를 확인할 수 있어 처리 속도가 배 이상 빨라졌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이 594만㎡(약 180만평)에 달하는 울산조선소 하늘에 촘촘한 IT우산을 씌웠다. 지난 4월 KT와 '와이브로(무선광대역통신망) 조선소 구축'에 관한 협정을 맺은 지 5개월 만에 기지국 1곳과 광중계기 13대를 설치하는 작업을 마무리한 것.현대중공업은 23일 정식으로 와이브로 개통식을 갖고 300대의 단말기를 현장근무자들에게 지급할 예정이다.

현대중공업이 조선소에 와이브로망을 구축한 것은 작업능률을 높이기 위해서다. 가로 · 세로 길이가 4㎞,2.5㎞에 달하는 넓은 작업공간에서 4만5000여명의 작업자들이 움직이는 조선소는 하나의 정밀기계와도 같다. 동시에 30~40척의 배를 건조하기 때문에 공정을 차질 없이 진행하기 위해서는 선박 설계부터 블록 조립,용접,도장 등 공정마다 작업자 간의 긴밀한 의사소통이 필수적이다.

현대중공업 최고정보관리책임자(CIO)인 황시영 전무는 "와이브로는 통신이 지연되거나 끊어지지 않고,사각지역도 없는 데다 한 번에 많은 정보를 빠르게 전달할 수 있다"며 "거대한 컨베이어 벨트를 연결하는 통신망이 완벽하게 구축된 것"이라고 말했다. 직원들은 조선소 내 어느 장소에서라도 설계도면을 다운로드받아 현장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게 된다. A4용지 도면 한 장을 다운받는데 걸리는 시간은 10초에서 0.3초로 크게 단축된다.

황 전무는 "와이브로 조선소 구축으로 단말기당 사용 비용이 약 30% 절감되는 효과도 있지만,작업효율이 좋아지는 등 눈에 보이지 않는 효과가 더 크게 기대된다"며 "세계 최초의 와이브로 조선소가 앞으로 1~2년간 성공적으로 운영되면 다른 회사에 노하우를 전수하는 방안도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울산=박민제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