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의 대학생 프로슈머 인턴십 프로그램 '모바일 퓨처리스트(MF)' 참가자 중에는 2~3년간 같은 활동하는 학생들이 많다. 심각한 취업난 속에서 4년의 대학생활 중 2년 이상의 시간을 이곳에서 보낸다는 게 의아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2년째 활동 중인 이승준씨(경희대 전자전파공학과 3학년)는 "2년간 군대에서 배운 것보다 MF에서 더 많은 것을 배웠다"고 자부한다. 취업을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을 한 곳에서 배울 수 있다는 게 모바일 퓨처리스트들이 꼽는 이 프로그램의 매력이다.

IT 체험에서 실무 경험까지

모바일 퓨처리스트에 참여하면 KT가 만드는 이동통신 서비스를 가장 먼저 체험해볼 수 있다.

단순히 서비스를 써보는 것뿐만 아니라 광고,단말기,서비스 등의 기획이나 마케팅 과정에도 직접 참여한다. 원하는 프로젝트를 선택해 미리 체험도 하고 관련 실무 교육도 받을 수 있는 셈이다. 프로슈머 인턴십이라고 이름 붙인 것도 소비자활동,IT 체험활동,실무체험 등을 한꺼번에 경험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3년째 MF로 활동하고 있는 이지현씨(숭실대 유기신소재학과 4학년)는 "광고,리서치 등 각종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실무를 경험한 후로는 취업을 위해 뭘 준비해야 할지 좀 더 분명하게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승준씨는 가끔 부모님으로부터 "그거 하면 KT에서 취업시켜 준다냐?"는 타박도 받는다. 이씨가 2년째 MF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이만한 사회 경험을 해볼 수 있는 것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이씨는 "그동안 스스로를 대단한 사람으로 알았는데 여기서 실무를 체험해 보니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이 많다는 걸 느꼈다"며 "자신을 보다 잘 알게 된 게 가장 큰 보람"이라고 소개했다.

경쟁과 체험의 장

모바일 퓨처리스트는 매년 전국 40여개 대학별로 5명씩,200여명의 학생을 선발한다. 학교별로 팀을 이뤄 다양한 경쟁을 하고 연말 최종 우승팀에는 해외 봉사나 레포츠 체험 기회를 준다. 성적이 부진한 학교는 다음 해에 선발 자격이 없어지기도 한다. 팀원들 모두가 좋은 점수를 따야 하는 만큼 1년 내내 참여 열기가 뜨겁다. 여름이나 겨울에는 학생들이 기획부터 행사 운영까지 모두 책임지는 대규모 캠프나 프로젝트도 만든다. 김준성씨(고려대 신소재공학부 3학년)는 "여름에는 1억원이 넘는 예산을 사용하는 캠프의 기획과 운영까지 모두 맡아 진행했다"며 "맨땅에 헤딩하듯 바닥부터 모든 것을 만들어 나가는 경험을 한 후로는 어떤 일에도 자신감을 갖고 대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1년간의 MF 활동을 우수한 성적으로 마친 사람은 다음 해에는 매니저가 돼 후배 선발은 물론 그해 MF 활동 전반을 기획하는 일에도 참여한다. 송민희씨(충북대 경영정보학과 4학년)는 "지난해 MF에서 탈락한 학교를 다시 살리기 위해 올 4월에는 한 달 이상 학교에서 홍보활동을 진행했다"며 "후배들을 뽑는 리쿠르트 과정을 직접 진행하면서 사람을 보는 눈이 많이 넓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MF는 좁은 대학생들의 시야를 넓혀주는 네트워크 확대의 장으로도 활용된다. 2003년 이후 MF를 거쳐 사회에 진출한 사람만 2000여명.이들은 취업 후에도 '수류회'라는 등산 모임을 만들어 교류를 이어가고 있다.

기업에도 일석삼조 효과

모바일 퓨처리스트는 KT에도 톡톡한 효자 역할을 하고 있다. 기존에는 고객 트렌드를 알아보기 위해 외부 리서치 기관에 조사를 맡기는 일이 많았다. 하지만 MF가 생긴 후에는 이들을 통해 보다 신속하고 정확하게 트렌드를 파악할 수 있게 됐다. 최근 부임한 김우식 개인고객부문 사장은 광고를 내보내기 전 MF 평가를 실시한 후,70점 이하를 받으면 이를 반려시키고 있다.

MF 활동을 경험한 학생들은 KT에 대한 로열티도 상대적으로 높다. 이들이 사회에 나가 KT를 외부에 알려주는 가치는 돈으로 환산하기 힘들다. 게다가 MF 활동을 통해 능력이 뛰어난 인재까지 미리 선발할 수 있다. 매년 채용 인원의 평균 10%,많을 때는 20%까지 MF 출신들을 선발하고 있다.

개인고객부문 최고전략책임자(CSO)인 양현미 전무는 "MF는 학생들에게 실무 및 사회 경험을 제공하고 KT에는 고객들의 감성 변화를 읽을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일거양득의 프로그램"이라며 "주부 등 다양한 고객층에 맞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 마케팅의 주요한 트렌드로 자리잡은 프로슈머 마케팅을 보다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