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점심시간 서울 명동 한복판.한 행인이 휴대폰 카메라로 주변 상가를 촬영한다. 휴대폰 액정화면에는 촬영된 음식점의 메뉴와 가격,인테리어,별점평가 등의 정보가 팝업창 형태로 제공된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찍힌 화면에선 명동거리를 지나는 여성들이 찬 귀걸이와 가방에 대한 상품과 판매처 정보 등이 뜬다.

#2.특수 전자칩이 내장된 콘택트렌즈를 끼고 운전하는 김모씨.초행길인 데다 내비게이션도 없지만 별 걱정이 없다. 콘택트렌즈를 통해 눈앞에 각종 추천 경로와 도로 정보가 실시간으로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공상과학(SF) 영화 '터미네이터'나 '매트릭스'에서 볼 수 있던 '증강현실(AR · augmented reality)'이라 불리는 가상현실 기술이 빠르게 상용화되고 있다.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신호(9월5일자)에서 "휴대폰 기술의 발전으로 증강현실이 빠르게 일상생활에 자리잡고 있다"며 "기술의 사실성 또한 크게 개선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증강현실이란 눈에 보이는 특정 사물에 대한 시각정보가 주어지면 그와 관련된 명칭과 용도,가격,판매처 등 각종 부가정보를 팝업 메시지 형태로 제공하는 기술을 가리킨다. 영화 터미네이터에서 기계인간의 눈에 보이는 사람이나 사물을 분석해 실시간으로 정보를 얻는 것과 유사한 기술이다. 예를 들어 유적지에 대한 화상 데이터를 통해 관련 역사나 주변 관광 정보가 주어지고,상점에 대한 데이터가 주어지면 상점 관련 정보가 일목요연하게 제시된다. 유리 후오파노니에미 노키아 연구센터장은 "기존의 가상현실(VR · virtual reality) 기술은 특수 헬멧이나 안경을 활용해 눈에 보이는 세계를 가상으로 만들려 했지만 증강현실은 기존 현실세계에 특정 정보만 덧입히면 돼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아직 초보적 단계지만 증강현실 서비스를 맛볼 수 있는 제품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에 카메라와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휴대폰 기술이 결합하면서 급속한 상용화 과정에 들어선 것이다. 구글의 '안드로이드 G1' 휴대폰 사용자의 경우 이미 12만5000여명이 '위키튜드'라고 불리는 간단한 여행가이드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받아 사용하고 있다. 애플 최신 아이폰에 AR 애플리케이션을 깔면 초보적 증강현실을 경험하며 가장 가까운 영국 런던 지하철역을 찾는 서비스를 즐길 수도 있다. 세계 최대 휴대폰업체인 노키아도 '모바일 AR 애플리케이션(MARA)'을 현재 테스트하고 있다.

최근에는 배벅 파비츠 미 워싱턴대 교수가 세계적 기술잡지 'IEE스펙트럼'에서 콘택트렌즈에 증강현실을 접목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무선으로 통제되는 전자장치가 내장된 콘택트렌즈를 통해 사람이 사물을 보는 한쪽에 전송된 정보를 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아직은 토끼를 대상으로 실험하는 단계로 데이터를 담은 전파를 전송하는 거리가 몇 ㎝에 불과하지만 기술이 발달하면 내비게이션 기능 등이 콘택트렌즈를 통해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