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MP3 플레이어,캠코더 등 각종 정보기술(IT) 기기의 키워드로 '퀵(quick · 빠른)' 기능이 떠오르고 있다. 화려한 디지털 기기로 자신을 치장하면서도 느리고 귀찮은 것은 못 참는 '디지털 시크(Chic · 멋)족'이 늘고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지난 1~2년 동안 컨버전스(융합) 바람을 타고 멀티미디어 기능을 강조한 제품이 유행했지만 최근엔 사용 편의성을 강조한 '이지(easy)'에 이어 빠른 속도를 내세운 '퀵' 기능이 새로운 키워드로 주목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체들도 각종 제품의 기능 이름으로 '퀵'이라는 말을 사용하며 소비자들을 끌어모으는 데 주력하고 있다.

◆빠른 부팅과 충전…'퀵'이 대세다

파나소닉 코리아가 최근 내놓은 캠코더 'HDC-TM200'은 '퀵 파워 온'이란 기능을 갖췄다. 이 기능을 이용하면 전원을 공급한 뒤 1.9초 만에 캠코더가 작동하도록 설정할 수 있다.

이 제품은 녹화 버튼을 누르기 3초 전부터 영상이 기록되는 사전 녹화 기능도 담았다. 회사 관계자는 "매우 짧은 부팅 시간을 자랑하는 제품"이라며 "중요한 순간에 캠코더가 늦게 켜져 장면을 놓치는 사례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아이리버가 내놓은 전자사전 '딕플 D31'은 빠른 단어 검색을 도와주는 제품이다. '퀵-서치' 버튼을 장착,사용자가 어떤 메뉴 화면에 있든 한 번의 클릭으로 단어를 바로 검색할 수 있게끔 했다. 동영상을 보다가 모르는 단어가 자막에 노출되면 그 상태에서 '자막 점프'를 통해 검색하는 것도 가능하다.

소니 코리아의 MP3 플레이어 '워크맨 B' 시리즈(NWZ-B140F)는 빠른 충전이 강점이다. '퀵 차지' 기능을 갖춰 USB를 통해 3분만 충전해도 90분 동안 제품을 사용할 수 있다.

이 회사가 내놓은 렌즈교환식(DSLR) 카메라 '알파 330'은 액정표시장치(LCD)를 보면서 사진을 찍을 때 자동으로 초점을 잡아주는 '퀵 오토 포커스' 기능을 갖췄다. 기존 DSLR 카메라는 뷰 파인더를 보며 초점을 맞추지만,알파 330은 LCD를 보면서 촬영할 때도 초점을 실시간으로 맞춰주는 것이다.

◆퀵 기능,친환경도 생각한다

IT 기기의 퀵 기능은 에너지 절약 등 친환경 기능으로도 퍼지고 있다.

삼성전자의 기업용 컬러 레이저 프린터 'CLP-770NDK'는 컬러 · 흑백 모두 분당 32장의 고속 인쇄를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원터치 파워 세이브' 버튼을 장착,제품을 사용하지 않을 때는 곧바로 자동 절전 모드로 전환된다.

소니의 브라비아 TV 'V5 시리즈'도 제품 아래 적외선 센서를 장착,일정 시간 사람의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을 경우 영상을 끄고 소리만 전달하는 등 절전 모드로 바뀌는 기능을 갖췄다. TV를 켜고 깜박 잠이 들거나 외출을 한 경우 몇 시간씩 제품을 켜놓는 낭비를 줄일 수 있다.

업계 전문가는 "멀티,이지에 이어 최근 퀵 기능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것은 각종 통신 환경 발전과 더불어 언제 어디서나 빠른 속도로 IT 기기 사용을 원하는 '디지털 노마드(유목민)'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