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학연 전문가 첫 회의..시간 걸릴듯
조사위원장은 이인 KAIST 교수


우리 정부만의 나로호 발사 조사위원회가 28일 첫 회의를 갖고 본격 활동에 들어갔다.

교과부 및 한국항공주연구원 고위 관계자들을 비롯해 산업계, 학계, 연구소의 외부 민간 전문가들로 구성된 나로호 발사 조사위원회는 이날 오후 4시 대전시 유성구 항우연에서 첫 회의를 가졌다.

나로호 발사 조사위는 지난 2007년 외부 우주전문가로 구성된 우주사고조사위원회에 소속되지 않고 나로호의 궤도진입 실패 원인을 밝히기 위해 한시적으로 운영된다고 교과부는 밝혔다.

나로호 발사 조사위원장은 이인 KAIST 항공우주공학과 교수가 맡을 것이라고 교과부는 전했다.

이상목 과학기술정책실장은 회의가 열리기 전 연합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우리 정부 차원의 조사위원회는 한국ㆍ러시아 공동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를 보다 객관적으로 검증하기 위한 것"이라며 "산업체, 대학, 연구소 등의 외부 전문가 7∼8명이 위원회에서 활동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실장은 "정부 조사위 활동은 페어링의 한쪽이 분리되지 않은 데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며 "첫 회의에선 항우연 측으로부터 전반적인 상황을 보고받은 뒤 앞으로 회의를 어떻게 운영할지 논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페어링 미분리 원인에 대해선 먼저 한러 조사위의 충분한 분석을 거쳐야 하는 만큼 이른 시간 내 결과물이 나오기는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페어링은 한국-러시아 계약에 따른 업무분장 기준으로 보면 우리 측이 맡고 있는 부분으로서, 우리 순수기술로 개발한 나로호 2단(상단) 로켓의 일부를 차지하고 있다.

나로호 1단 액체연료추진기관은 전적으로 러시아 측이 맡은 부분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페어링 부분도 한러 공동개발 과정에서 러시아가 총괄적 기술지원을 맡고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지금까지 나온 한·러 공동조사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1, 2단 로켓은 점화부터 시작해 음속돌파, 1단엔진 정지명령, 1단 분리, 2단 점화, 2단 연소 진행 등에서 별다른 문제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발사에서 나로호는 오후 5시00분 00.23초에 정확히 이륙했다.

이어 페어링 한쪽의 미분리를 제외하고는 1단엔진 정상종료(이륙후 230초), 1.2단 분리(이륙후 233초), 2단 킥모터 점화(이륙후 395초), 킥모터 59초 동안 정상연소 등 1, 2단 로켓은 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위성분리 시점까지 계속 붙어 있었던 한쪽 페어링으로 인해 2단 로켓은 궤도에서 목표보다 더 높이 올라가고 속도는 훨씬 더 떨어지는 상황을 맞았다.

이와 관련, 페어링 외에 1단과 2단 로켓의 추진력 등에 무슨 문제가 있었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일부 전문가들은 마지막 위성분리 과정에서 페어링이 자연스럽게 떨어져 나간 과정이 불분명하고, 지난 19일 첫 발사시도에서 자동발사장치 소프트웨어 오류 때문으로 밝혀진 고압탱크 밸브 압력이 재차 문제가 됐을 수 있다고 의문을 제기한다.

앞으로 정부는 약 9개월 뒤인 내년 5월 나로호의 두번째 시험발사를 시도한다.

일각에선 이번 조사위 활동을 둘러싸고 한국과 러시아 간에 갈등이 빚어질 경우 예정대로 발사가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국과 러시아 간 협정은 나로호의 두번에 걸친 시험발사에서 한번이라도 실패하면 러시아 측이 1단 로켓을 추가 제공해야 하는 것으로 돼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영섭 기자 kimys@yna.co.kr